"우리가 바꾸는 어촌… 새로운 제주입니다" [어촌리더]

"우리가 바꾸는 어촌… 새로운 제주입니다" [어촌리더]
[우리가 어촌의 미래] (상) '어촌미래리더'를 만나다
4년차 해녀 이유정씨·마을기업 운영 박근현 씨
  • 입력 : 2023. 11.21(화) 13:35  수정 : 2023. 11. 22(수) 15:45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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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인 제주시 이호동·김녕리에서 어촌 활성화
어촌마을 새로운 먹거리 고민… 변화 이끌기도


[한라일보] 해양 쓰레기로 뒤덮였던 바다가 깨끗해진다. 그곳에서 해녀체험을 하러 먼 나라에서도 제주 어촌마을을 찾는다.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어촌 공동체를 연결하고 지역의 가치를 창출해 나가는 '어촌미래리더'다.

한국어촌어항공단 제주어촌특화지원센터가 올해 선정·지원한 어촌미래리더 10인은 제주 곳곳에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 고향인 어촌마을의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는 해녀 이유정(35),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 이사 박근현(40) 씨도 그 중 하나다.

이유정 씨가 해녀증을 받고 물질을 시작한 지 올해로 4년차다. 새내기 해녀인 그는 해녀문화 계승을 위해 '어촌미래리더'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이유정씨

|젊은 해녀 이유정, '어촌미래리더'로 말하다

바다를 낀 제주시 이호동에서 나고 자란 이유정 씨는 올해로 4년 차 해녀다. 2019년 해녀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해녀증을 받아 물질을 하고 있다. 유정 씨에게 물질은 호기심이 아닌 '직업'이다. 그는 바다로 출근하고 있다.

"유전적으로 해녀 DNA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유정 씨에게 해녀는 아주 가까운 존재다. 어부였던 아버지의 배 엔진 소리를 듣고 달려 나가 '해녀 삼촌'까지 마중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유정 씨는 "해녀 삼촌들이 소라를 들고 오면서 먹으라고 주시는데, 선물을 마구 나눠주는 산타 같았다"며 "옆집, 뒷집에도 해녀 삼촌들이 살다 보니 나이가 들면 저렇게 해녀가 되는구나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전공하고 취업했던 유정 씨가 해녀를 하고 싶던 기억을 꺼낸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저에게 해녀는 너무나 매력 있는 직업이에요. 물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잡는 것도 매력이지만 그 문화 계승에 더 멋있음을 느꼈어요.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주에 뿌리를 두면서 (제주가 뿌리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로 등재된) 해녀가 됐다는 데에 사명감을 느껴요."

이유정 씨는 "해녀 삼촌 호주머니에 500원이라도 더 넣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그는 현사마을 해녀탈의실을 이호 해녀를 위한 수익 공간으로 꾸밀 계획을 하고 있다. 사진=신비비안나 기자

"바로 위 선배가 69세, 70세"라는 그가 속해 있는 어호어촌계의 해녀는 모두 17명이다. 이 중 14명의 평균 연령이 70~80세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하다. 이호동, 그 안에서도 현사마을 해녀는 유정 씨를 포함해 단 두 명뿐이다.

그는 "(해녀 선배들이) 3년만 지나면 '네 세상'이라고 하는데 3년이 지나면 저 밖에 없을 것 같았다"며 "해녀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해녀를 하면서도 '충분히 멋진 세상을 볼 수 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유정 씨가 '어촌미래리더'가 된 이유도 다르지 않다.

유정 씨는 올해 어촌미래리더로 활동하며 몸소 보여주기 시작했다. 젊은 해녀들과 모여 플로빙(ploving,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한 것도 제주바다는 해녀가 지키고 가꾼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로 어촌계를 활성화하려는 고민도 밖으로 꺼내 놨다.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현사마을 해녀탈의실을 이호 해녀를 위한 수익 공간인 식당 등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녀 삼촌들이 물질로만 사는 게 아니라 물질을 하면서 다리가 아플 땐 소라를 삶아 파는 것처럼 사업성 있는 걸 만들고 싶어요. 돈이 있는 자본가에게 소라를 파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잡아온 해산물로 어촌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공간 말이에요. 더 구체화시켜서 내년에는 꼭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는 해녀 삼촌 호주머니에 500원이라도 더 넣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해녀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겐 돌파구를 만들어주고 싶고요."

박근현 씨는 올해 어촌미래리더로 활동하며 '바다가꿈 프로젝트' 등을 진행해 왔다. 사진=신비비안나 기자

|마을기업 박근현 "어촌 살릴 프로젝트를"

구좌마을여행사협동조합 이사인 박근현 씨도 자연스레 어촌미래리더가 됐다. 김녕어촌계가 먼저 문을 두드렸다. 김녕항 인근에 문을 연 김녕수산문화복합센터를 함께 활성화해 보자는 거였다. 농촌 지역을 빠져나가는 청년들을 묶기 위해 마을기업인 협동조합을 열고 지역만의 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왔던 근현 씨가 어촌 활성화에 뛰어든 시작이다.

근현 씨는 "그때만 해도 (김녕수산문화복합센터는) 아예 운영되지 않던 곳이었다"며 "어촌계장님이 현장을 보여줬는데, 당장 이윤이 안 남아도 미래를 보면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고 떠올렸다.

김녕어촌계와 협업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다 청소'였다. 센터 앞 체험 어장을 뒤덮은 구멍갈파래, 쓰레기 등을 치우는 게 급선무였다. 모두가 오고 싶은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때 시작한 게 '김녕愛(애) 바다가꿈 프로젝트'였다. 제주어촌특화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도민, 관광객 모두가 참여하는 바다 정화 활동을 이어 갔다.

"바다가꿈 프로젝트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바다 정화 활동을 했어요. 그날 김녕에 가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게 자리 잡히면서 주민은 물론 학생, 관광객들도 1~2시간 바다 청소를 함께했어요. 그 보상으로 저희는 낚시, 스노클링 체험 등을 제공하고요. 환경 정화와 어촌체험 관광을 연계하면서 더 시너지가 났습니다."

최근에 물질 체험을 위해 김녕수산문화복합센터를 찾은 미국 켄터키주 방문객들이 김녕 해녀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박근현씨

바다가 바뀌니 사람들이 찾았다. 지난 5월부터 해녀 물질, 바릇잡이, 낚시 등 실외 체험을 비롯해 씨글라스 방향제 만들기 등 실내 체험이 시작된 김녕수산문화복합센터에도 발길이 늘고 있다. 어촌계와 힘을 모은 약 1년 안의 변화다. 근현 씨는 "처음 오픈했을 때는 일주일에 한 명 올까 말까한 곳이었는데 이제는 하루 방문객이 많을 때는 100명을 넘는다"면서 "이런 변화가 있다는 것은 내년에는 더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촌미래리더로 또 다른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바로 '김녕 해녀 장터'다. 올해 바다가꿈 프로젝트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시도다. 매주 토요일마다 해녀가 참여하는 해녀 장터, 플리마켓을 열어 보자는 것이다. 올해 두 번에 걸쳐 시범 운영한 해녀 장터에선 해녀들이 소라죽을 만들어 팔고, 소비자들과 생물 소라를 싸게 거래하기도 했다. 이 역시도 김녕 어촌의 새로운 수익을 위한 구상이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등으로 모든 사람들이 어촌계는 위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점이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위기니까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어업에 종사하는 김녕 주민의 40%가 할 일이 없어지거든요. 이 분들이 할 일을 계속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방향이 있습니다. 내년에 계획하는 해녀 장터처럼 어촌계 일원인 해녀 삼촌들과 마을 기업을 운영하는 청년들이 조화를 이루는 선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취재·글=김지은기자, 영상촬영·편집=신비비안나기자>

*이 기사는 제주어촌특화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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