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 지원 확대에도 시술기관 없어 "원정 의료 불가피"

난임부부 지원 확대에도 시술기관 없어 "원정 의료 불가피"
제주대병원 난임 의료기관 해제 이어
시험관 시술 가능 의원 1곳 휴업 상태
올해 안으로 적임자 못찾을 경우 폐업
  • 입력 : 2023. 12.04(월) 17:14  수정 : 2023. 12. 06(수) 09:01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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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그래픽 자료사진. 연합뉴스 제공

[한라일보] 제주도가 초저출생 문제 대응을 위해 난임부부 지원 소득기준과 횟수제한을 폐지하는 등 난임 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뜩이나 부족한 제주지역 난임 시술 의료기관 중 한 곳이 추가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도내 난임 시술 의료기관 중 한 곳인 A의원에 따르면, 현재 A의원은 병원내부 사정으로 인해 휴업에 들어간 상태이며 병원을 인수받을 수 있는 적임자를 찾고 있다. 만약 이달 내로 적임자를 찾지 못할 경우 폐업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난임부부들은 통상 인공수정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마지막으로 시험관 아기 시술(체외 수정)을 받는다. 지금까지는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도내 난임 시술 의료기관 5곳 중 A의원 등 2곳에서 체외 수정 시술이 이뤄졌지만, A의원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현재 도내에서 체외 수정 시술이 가능한 의원은 1곳뿐이다.

앞서 지난달 28일, 제주도는 내년부터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 정책을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기준중위소득 180%이하 가구에 대해서만 지원 가능하던 기존과는 달리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모든 부부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게 된다. 또 난임 시술별 횟수 제한도 없애 최대 22회까지 시술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고액의 시술비로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난임부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도내에서 정작 시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잇따라 문을 닫거나 시술을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제주대학교 병원이 난임 시술 지정 의료기관에서 해제됐다. 제주대병원은 2019년 난자 채취실, 배양실, 연구실 등을 갖춘 난임·가임력 보존센터를 개소했지만 초대 센터장을 맡았던 의사가 한 달만에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면서 4년 가까이 진료를 중단했으며, 제주대병원은 대체 의료진을 구해 운영을 재개하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스스로 난임 병원 지위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제주시 노형동의 의원 2곳도 지난해까지는 인공수정과 함께 시험관 시술을 했지만, 그 중 한 곳은 올해 1월 폐업했으며, 다른 한 곳은 지난 8월부터 시험관 시술을 중단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도민들 사이에서는 도외 원정진료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도내서 체외 수정 시술을 받고 싶어 병원 두 곳을 모두 알아봤다는 30대 도민은 "(시술 중) 휴식이 꼭 필요하다는 말에 가급적이면 집과 가까운 곳에서 받고 싶어 A의원을 가려고 계획하던 중 휴업소식을 들었다"면서 "선택지가 없으니 결국 남은 한 곳을 갈 수 밖에 없지만, 만약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도외로 나가서 치료를 받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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