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책 앞장에 4500년 전 세워졌다는 이집트의 상징 건축물 피라미드에 얽힌 이야기가 실렸다. 사막을 배경으로 높다랗게 서 있는 피라미드에서 저자는 죽은 왕의 무덤을 건설하기 위해 숱한 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봤다. 그는 현대식 중장비도 없던 그 시대에 40여 명의 몸무게를 합친 만큼의 무거운 돌덩어리 230만 개를 하나하나 들어 올려 147m까지 쌓아 올렸고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을지 헤아리면 한 맺힌 아우성이 들려오는 듯하다고 했다.
지구촌의 거의 모든 나라가 헌법에 '인간의 존엄성'을 담고 있는 이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시대를 바꿔놓았을까. 손석춘의 '미래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문해력'은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청소년 눈높이에서 민주주의가 개개인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담고 있다. 국가별로 국민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짚은 국제기구의 여러 조사를 볼 때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문해력이 높아지면 우리 삶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게 강조점이다.
'민주주의는 '자기 성숙'의 조건이다'란 부제를 단 책은 피라미드와 만리장성의 울음에서 한국에서 벌어진 촛불혁명까지 닿는다. 이 여정을 따라가며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만으로는 민주주의를 보장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최근 심화하는 극우 세력의 혐오와 차별, 가짜 뉴스가 잠식하는 민주주의 문제도 다뤘다.
저자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모범국으로 뽑히게 된 배경엔 민주주의의 세계적 위기가 있다고 했다. 지구촌 전체에 걸쳐 부익부 빈익빈이 커지며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곳곳에서 갈등과 혐오가 극심해지고 있어서다.
모든 것을 시장에만 맡겨둔 결과는 민주주의 후퇴 못지않게 기후 위기를 불러왔다고 진단한 저자는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그 답은 주권자들이다. 그런데 이름만 있는 주권자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주권자, 한 번뿐인 자기 인생의 목표를 스스로 세울 수 있는 주권자,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모든 권력이 국민의 대다수인 민중으로부터 나오는지 감시할 수 있는 주권자"가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했다.
책 말미엔 민주주의 미래에 드리운 '팝콘 브레인'이란 먹구름을 경계했다. 팝콘 브레인은 '강한 자극이 넘쳐나는 첨단 디지털 기기의 화면 속 현상에만 반응할 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느리게 변화하는 진짜 현실에는 무감각해진 뇌'를 뜻하는 용어다. 민주주의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의 뇌가 팝콘처럼 되거나 썩을 가능성이 높다면 민주공화국의 내일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는 저자는 "나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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