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당신은 손흥민이 아니다

[김연덕의 건강&생활] 당신은 손흥민이 아니다
  • 입력 : 2024. 01.17(수) 00:00  수정 : 2024. 01. 17(수) 09:39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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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2022년 월드컵 결전지 카타르에서, 카본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국가 대표팀 경기에 출전했던 '다크 나이트' 손흥민 선수가 많은 감동을 준 바 있다. 토트넘이 특별 제작한 마스크에는 손 선수의 등번호 7번이 어엿하게 새겨져 있어, 그가 얼마나 중요하고 사랑받는 선수인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손 선수는 안면 골절이 동반된 형태의 복합 골절이었지만, 대중들에게는 안와 골절로 알려졌다.

안와 골절이란 눈 주위의 뼈 구조 (안와)에 발생하는 골절이다. 안와의 바닥과 코 쪽 뼈가 얇아서다. 대부분 외상, 특히 스포츠 활동이나 교통사고, 또는 인위적인 폭력에 의해 발생한다.

코가 아니라 눈 쪽에만 충격을 받았는데, 외상 이후 눈 주위가 붓고 코피가 났다면, 안와 골절을 의심해 봐야 한다. 얼굴 감각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거나 (안면부 감각 이상), 두 눈으로 보면 물체가 둘로 보이고 한 눈을 가리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증상(양안 복시)이 나타나고, 안구 운동에 장애가 있으며, 시력이 낮아지는 것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아주 크게 골절되면 안구를 감싸고 있는 연조직이 골절 부위로 빠져나가 눈이 함몰되어 보이기도 한다.

안와 골절을 확진할 때는 CT (전산화 단층촬영)를 활용한다. 일반적인 X-ray 검사만으로는 손상된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은 뼈가 아직 탄력적이라 CT 상에서 골절이 뚜렷하지 않으면서도 안구 운동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골절된 뼈 조각이 제 위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미세한 선상(linear) 또는 들창문형(trapdoor) 골절이 생겼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부러진 틈 사이에 안와 조직이 끼어 생긴다. 이때는 마취제를 넣고 집게로 눈의 근육을 잡은 채 눈이 움직이지 못하는 방향으로 강제로 움직여 안구의 움직임에 저항이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안와 골절은 대부분 응급수술이 필요하지 않다. CT 촬영 결과, 골절의 크기가 작고 안구 함몰, 복시, 안구 운동 제한 등이 없으면 수술을 하지 않고 지켜본다. 특히 눈 주변이 많이 부어 복시나 안구 운동 제한 같은 증상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부기가 빠질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기다리기도 한다.

수술은 보통 부기가 빠지는 시간을 고려해 외상 후 1~2주에 이루어진다. 더 지연되면 안와 조직에 생긴 흉터 때문에 수술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과가 나쁠 수 있다. 하지만 부기가 충분히 가라앉지 않거나 환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하기 힘든 경우, 부득이 2주 이후 지연 수술을 할 수도 있다.

설 연휴가 다가온다. 어떤 병이든 사후 처방보다는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 운전, 스키, 축구, 골프, 어떤 상황에서도 사고를 피해가는 안전한 새해 되시길 빈다. 당부드리건대, 술에 취해서든 맨 정신으로든, 꽃으로도 말로도 서로 때리지 마시라. 그것은 영웅담이 아니며, 당신은 다크 나이트가 아니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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