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67] 3부 오름-(26)남송악 도너리오름보다 낮은 오름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67] 3부 오름-(26)남송악 도너리오름보다 낮은 오름
남송악 소나무숲·솔개·남생이 중 어느 것과 닮았나?
  • 입력 : 2024. 02.06(화) 00:00  수정 : 2024. 02. 07(수) 15:02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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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도너리오름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와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경계에 있다. 이 오름은 2개의 분화구가 나란히 있다. 그중 하나는 원추형이다. 오름 자체도 원추형이지만 분화구도 원형의 화구를 따라 밑으로 내려갈수록 일정한 비율로 좁아지는 깔때기 모양 원추형이다. 나머지 하나는 북쪽으로 벌어져 있는데 바닷가까지 펼쳐진 제주 최대의 용암숲 한수기곶은 바로 이곳에서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것이다.

‘올’이란 오름의 고어형, 제주어에만 남은 희귀어

도너리오름의 지명은 아리송하다. 지금까지 채록된 이름만도 골체오름, 갈채오름, 도너리오름, 도나리오름, 도리암뫼, 돌나리오름, 돌오름, 돗노리오름, 돝내림오름 등 9개에 달한다. 골체오름, 갈채오름만 다소 이질적이고 나머지 7개는 어원을 공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1709년 ‘탐라지도’, 18세기 ‘해동지도 중 제주삼현도’, 1872년 제주‘삼읍전도’, 같은 해 나온 ‘대정군읍지’ 등에 회비악(回飛岳)으로 기록했다. 1899년 ‘제주군읍지’에는 도라이악(道羅伊岳), 1910년 ‘조선지지자료’ 등에 돈어산(豚魚山도), 도내악(道內岳), 그 외에도 도을악(道乙岳)으로도 기록된 바 있다. 오늘날의 지도에는 돌오름 혹은 대덕산이라 했다.

대덕산이란 도, 돌, 돗 등 이 이름을 이끄는 첫 발음에서 '대'를, 그리고 산을 의미하는 '덕'을 끌어다 붙였을 것으로 보인다. 돌오름이란 도너리오름을 대표로 하는 여러 이름에서 유추한 것으로 보인다.

도너리오름이란 지명은 '도너리+오름'의 구조다. '도너리'에 '오름'이 덧붙은 명칭이다. 여기에서 실제 이 지명의 뜻을 나타내는 '도너리'가 문제다. 이 이름은 다시 '도+너리'의 구조로 되어있는 것이다. 이 말은 '달올'이 원천지명이다. 고대음으로는 '달올'이라 했을 것이다. '도너리'란 원래 '달올(달올)'이라는 것이다. '올'이란 오름의 고어형이다. '갈올', '물장올', '테역장올', '살손장올', '화장올'의 지명에서 볼 수 있다. 여기서 오름도 생겨나고, 오리도 생겨났다. 악(岳)의 본디 훈이다. 이 이름은 오리, 오롬, 워리, 우리 등으로 파생했다. 봉우리를 지시하는 후부요소로서 제주 지명에만 남아 있는 희귀어다. 본 기획 23회와 24회를 참고하시면 된다.

도너리오름, 주위 오름들에 비해서 높은 오름이란 뜻이다. 김찬수

도너리오름은 '높은+오름+오름'의 뜻

'달'은 고구려어에서 기원하는 '산' 혹은 '높은'의 뜻이다. 본 기획 53회를 참고하실 수 있다. 따라서 '도너리'라는 지명은 '달올'을 원천지명으로 '달오리', '닥노리', '닥너리' 등의 과정으로 변한 말임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높은 오름'의 뜻이다. 여기에 악(岳)이 덧붙었다. 여러 가지 방식의 차자를 동원한 것이 도내악(道內岳), 도라이악(道羅伊岳), 도을악(道乙岳), 돈어산(豚魚山), 회비악(回飛岳) 등이다. 사실, 이 표기들은 훈가자를 동원한 것들이므로 실제 의도는 '도너리'라고 했을 뿐이다. 문제는 이런 한자표기를 다시 해석한 것이 '옛날에 이 오름에서 멧돼지가 내려온 일이 있다고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라던지, '산의 지세가 돌아서 흘러내린 데서 붙인 것'이라는 식의 설명을 하는 것이다.

이 오름의 남서쪽 불과 1㎞ 거리에 남송악이 있다. 서쪽 1㎞ 지점에는 문도지오름이 있다. 남송악과 문도지오름은 더욱 가깝다. 도너리오름을 중심으로 남송악의 반대편에는 당오름이 있다. 그러므로 고대인들은 이들 오름을 대비해서 불렀을 것이 자명하다.

남송악을 현지에서는 남송이오름, 남소로기, 남송악으로 부르고 있다. 울창한 소나무숲, 날개를 편 솔개, 얼굴을 내민 남생이 모습이라서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하는 실정이다.

1709년 ‘탐라지도’, 18세기 초반 ‘대정현지도’, 18세기 중반 ‘제주삼읍도총지도’, 남송악(南送岳), 1899년 ‘제주군읍지’에 남송악(南松岳), 1910년 ‘조선지지자료’에 남송악산(南松岳山)으로 표기했다. 그런데 어떤 보고에 따르면 남숭악(南崧岳), 남성악(南星岳)이 채록된다는 것이다.

도너리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남송악, 낮은 오름이란 뜻이다. 김찬수

제주도 고대인들의 지형지물 이름짓기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정리하자면 이 오름의 이름은 남성악(南星岳), 남송악(南松岳), 남송악(南送岳), 남송악산(南松岳山), 남숭악(南崧岳), 남소로기 등 6개를 추출할 수 있다. 모든 표기에서 '남'은 공통이다. '소로기'만 좀 이질적이다. 나머지 5개 중 남송악산은 악과 산을 중첩한 표기니 4가지로 추릴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성'인가 '송'인가 아니면 '숭'인가의 차이이다. '송(松)'으로 통일했다면 소나무의 뜻을 가정해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이 성, 송, 숭이 무슨 뜻인가는 아주 중요하다. 이 말의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소로기에 감춰져 있다. 소로기란 '소로+기'의 구조다. '소로'는 '솔'이다. 이 말은 '수리' 혹은 '술'에서 변화한 봉우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어승생에서 보이는 '생(生)'과도 같은 뜻이다. 그러므로 봉우리를 지시하는 후부요소 중에는 '성', '송', '숭'이라는 말로도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기'란 지명 접미사이다. 고지명에서 나타나는 지(只), 기(己), 지(支), 기(岐)와 같은 뜻으로 지명에서는 네 글자 모두 '기'로 발음한다. 본 기획 57회를 참고할 수 있다. 그럼 '남'은 무슨 뜻인가. 이 말은 '낮은'의 뜻이다. 현대 국어 '낮'과 어원을 공유한다. 은월봉(본 기획 49회 참조) 지명에도 들어있다. '남송악 혹은 남소로기'란 '낮은 봉우리'의 뜻이다. '높은 오름 도너리'에 대비한 지명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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