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76년만에 형님 찾아 뉴욕서 날아온 80대 노인 "도저히 잊을 수가..."

[종합] 76년만에 형님 찾아 뉴욕서 날아온 80대 노인 "도저히 잊을 수가..."
제주도 제주4·3평화재단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보고회'
군법회의 희생자 고 이한성님 예비검속 희생자 고 강문후님 봉안
직계 방계 등 다수 유가족 채혈 필요… "신원 확인 가능성 높아"
  • 입력 : 2024. 02.20(화) 16:20  수정 : 2024. 02. 21(수) 16:25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20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보고회에서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장이 76년 만에 만난 형님의 유해 옆에 형님의 사진을 올려두고 있다. 이상국기자

[한라일보] "제가 막내로 개구쟁이였는데 형님이 저를 많이 사랑해 주셨다. 다른 형제도 있지만 한성이 형님을 언제나 생각하고 잊지 않았다. 잊을 수 없었다." 76년 만에 형을 만난 80대 노인 이한진 씨는 또렷하게 형과의 추억을 전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20일 제주4·3평화공원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보고회를 진행했다.

이날 제주국제공항 발굴유해 유전자 대조 결과로 신원이 확인돼 가족을 찾은 희생자는 총 2명으로 군법회의 희생자 이한성님과 예비검속 희생자 강문후님이다.

특히 올해 신원 확인은 지금까지 채혈에 참여하지 않았던 직계 및 방계 유족의 추가 채혈을 통해 파악돼 행방불명 희생자 유가족 다수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가 신원 확인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증명했다.

고 강문후님은 1909년 생으로 서귀포 안덕면 동광리에 거주하던 중 6·25 전쟁 발발 이후 예비검속에 따라 1950년 7월쯤 이유도 모른 채 모슬포경찰서 안덕지서로 끌려간 후 행방불명됐다.

고 강문후님의 유해는 지난 2007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서북편에서 발견됐으며 제주공항에서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희생자 고 이한성님은 1923년생으로 제주읍 화북리에 거주하다 4·3 당시 피신생활 중 1949년 자수하면 살려준다는 군경의 유인물을 보고 경찰에 자수했다가 1949년 6월 28일 군법회의에서 사형은 언도받고 트럭에 태워져 제주공항 쪽으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끝으로 행방불명됐다.

희생자 유해는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동북편에서 발견돼 제주공항에서 집단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머니와 여동생이 희생됐고 큰형인 이한빈님 역시 육지 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고 이한성님은 지난해 9월 26일 제39차 군법회의 직권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발굴유해 신원확인 결과보고회. 이상국기자

이날 고 이한성님의 동생인 이한진 재미제주도민회장이 가족과 함께 신원확인 결과 보고회에 참석해 76년 만에 형과 재회했다. 이한진 회장은 지난해 10월 세계제주인대회에 뉴욕 교민 20여 명과 함께 참석했다 유가족 채혈에 참여, 기적적으로 형님을 찾게 됐다.

이 회장은 "4·3 당시 어머니와 누님을 잃었고 큰 형님은 군법회의로 15년형을 받고 대구형무소에서 행방불명됐으며 작은 형님은 사형을 받고 행방불명돼 친척집을 전전하며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다"며 "타국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아오다 지난해 유가족 채혈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형님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행방불명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발굴은 지난 2006년 제주시 화북동 화북천을 시작으로 2007년~2009년 제주국제공항, 2021년 표선면 가시리 외 6개소, 2023년 안덕면 동광리 등 도내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를 통해 총 413구의 유해를 발굴했으며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대전골령골에서 신원이 확인된 1명을 포함해 총 144명이 됐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올해도 유해발굴 및 발굴유해 유전자 감식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유가족들의 적극적인 채혈 참여를 당부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87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