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제주 '한판승의 소녀' 이현지(남녕고 2)가 마침내 대한민국 유도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특히 파리올림픽 출전의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이현지는 5일 전남 순천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4 순천만국가정원컵 전국유도대회 여자부 +78㎏급 결승전에서 박샛별(22·대구광역시청)을 맞아 허리후리기로 한판승을 따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이현지는 2024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해 치러진 대회 결승전에서 지난해 11월 열린 국가대표 1차 선발 8강전에서 박샛별에게 반칙패로 물러섰던 것을 앙갚음하는 데 성공했다. 이현지는 이번 대회에서도 전 경기를 한판승을 장식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이현지는 앞서 준결승전에서 엄다현(26·고창군청)을 밭다리걸기 한판으로 제압했다. 무엇보다 8강전에서 김하윤(24·안산시청)을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정상등극을 예고했다. 이현지는 김하윤을 상대로 허리채기로 절반을 따낸데 이어 굳히기로 매조졌다. 김하윤은 여자유도 최중량급 간판으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유일한 대한민국 금메달리스트이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한미진(28·충북도청)의 뒤를 이으며 그동안 왕좌를 지킨 국내 최강이었다. 이현지가 중학시절부터 라이벌로 꼽은 '국대'이기도 하다. 이현지는 고등부로 무대를 옮긴 첫해인 지난해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2023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서 김하윤과 일전을 벌였다. 결과는 국가대표 경험이 없는 이현지의 완패였다. 당시 경기에서 이현지는 안뒤축걸기 절반과 누르기 절반을 묶어 한판으로 물러서야 했다.
결국 이현지는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해 11월 선발된 국가대표 선수들을 모두 물리치며 대표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아울러 유도입문 후 이혜빈(용인대)을 포함해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상대들에게 모두 설욕하면서 '연패'가 없는 선수로 각인되고 있다.
한편 전날 열린 -63㎏급에선 차민지(제주특별자치도청)가 우승을 차지했으며, -57㎏급의 국가대표 신유나(제주특별자치도청)가 은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남자부 -60㎏급의 오상우(용인대)를 비롯 -100㎏급 최민철과 고민혁(이상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선전을 펼쳤으나 입상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5일 전남 순천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24 국가대표 2차 선발전 겸 순천만국가정원컵 전국유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현지가 강만순 제주유도회장(왼쪽), 임병기 도유도회 부회장 겸 남녕고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