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포커스] 전공의 집단사직 한 달 환자 불안·의료진 한계

[한라포커스] 전공의 집단사직 한 달 환자 불안·의료진 한계
도내서 전공의 비율 높은 제주대병원 가장 큰 타격
수술실 줄이고 병동 통폐합 병상 가동률 30~40%대
전문의 일일 2교대 피로감.. 중소병원은 가동률 상승
  • 입력 : 2024. 03.17(일) 21:00  수정 : 2024. 03. 19(화) 10:45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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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밤낮 없이 당직을 서고 있다. 지쳐서 쓰러지거나 스스로 포기할 수도 있다. 괸 돌이 한두 개씩 빠지는 거다. 한두 개과가 붕괴하고, 결국 병원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그럼 환자들은 어떻게 되느냐"(제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기수 교수)

"이제 곧 월급날인데, 월급은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직원들 모두 불안해 한다. 이 상태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신동훈 의료연대본부 제주대병원 분회장)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18일을 기해 한달을 맞았다. 제주지역 응급·중증 의료 체계는 남은 의료진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이다. 의사들과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환자 불안은 커지고, 환자 곁을 지킨 의료진과 병원 모두 한계에 직면했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내 6개 수련병원에서 집단 사직한 전공의는 141명으로 전체 정원(150명)의 94%에 달한다. 이 중 71%(101명)가 제주대병원 전공의다. 제주대병원은 의과대학을 둔 제주대학교의 부속 병원이라는 특성 탓에 전공의 비율이 높아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제주대병원에 따르면 의사직 283명 중 전공의 신분은 108명이다.

전공의 빈자리는 전문의인 교수와 전임의(전공의를 마친 뒤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수련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가 한달째 메우고 있다.

특히 전공의가 빠진다고 해서 가동을 멈출 수 없는 응급실, 중환자실, 중증 의료 병동 쪽에선 의료진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집단 사직 전까지 제주대병원 응급실에선 전문의 10명(교수급 의료진 7명 포함)과 전공의 8명(인턴 6명, 레지던트 2명) 등 의사 18명이 배치돼 일일 3교대로 8시간씩 근무했지만 지금은 전문의 10명과 전공의 1명 등 11명이 일일 2교대로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뿐만 아니라 교수와 전문의가 전공의가 주로 해오던 병동 야간 당직까지 맡게 되면서 피로도가 많이 쌓인 상태"라고 전했다.

▶경영난 악화일로…일부 병원은 가동률 상승=종합병원은 수술과 입원 환자 진료에서 대부분의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제주대병원은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여력이 없자 수술실을 12개에서 8개로 줄이고, 내과 중환자실 입원 병상을 20개에서 8개로 절반 이상 축소했다. 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 2곳은 1곳으로 통폐합하고, 각 병동 경증 입원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퇴원시켰다. 여기에 119신고가 들어올 때부터 중증·응급 환자는 제주대병원과 한라병원으로, 경증환자는 한국·한마음·중앙병원·서귀포의료원에 각각 보내는 것으로 이송 체계까지 개편된 상태다. 결국 수술과 경증 환자가 줄면서 제주대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지난달 70%대에서 현재 30~40%대로 곤두박질했다. 현재 병원 측은 희망자를 상대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반면 일부 병원은 오히려 병상 가동률이 상승했다. 종합병원인 한국병원의 병상 가동률은 현재 90%로 이전보다 10% 상승했다. 한국병원 의사 A씨는 "경증으로 분류되는 정형외과 쪽 수술이 최근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주대병원 등에서 전원(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된 환자를 수용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동 기능을 아예 포기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제주대병원은 지난 15일부터 정형외과 재활병동을 폐쇄하고, 이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보조 인력 20명을 '비상진료지원팀'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비상진료팀은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한 조직으로 간호사 10명으로 꾸려졌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가동 자체를 중단하는 병동 폐쇄 조치는 앞으로 더 나올 수도 있다"며 "경영난 을 타개하기 위해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경증 환자를 다시 받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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