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보다 새로운 시각을 견지한 연구들을 한데 모은 '비판적 4·3연구'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 최근 출간됐다. '여성'을 공통된 관심 주제로, 남성·가부장 중심에서 탈구된 목소리들이 담긴 '비판적 4·3연구2-속삭이는 내러티브'(한그루 펴냄)다.
지난해 이맘때 첫선을 보인 '비판적 4·3연구'는 "'완전한 해결'로 환유되는 현실과의 불화를 꾀하고, 비판적 시각과 목소리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로서 기획됐다. '제주 4·3연구'(1999)가 닦아 놓은 토대 위에 있지만 그것의 경계와 한계를 의식하며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마냥 휩쓸리지 않도록 반작용을 도모하고자"하는 취지를 안고 시작됐다.
이번 두 번째 책엔 문학과 영상, 증언과 기록, 여성과 가족·친족에 관한 다섯 편의 글이 엮였다. 필진은 장은애(국민대학교 한국어문학부 강사), 허민석(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송혜림(연세대학교 비교문학협동과정 박사과정), 고성만(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 김상애(제주대학교 사회학과 박사과정) 등 5명이다.
장은애는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의 여성주의적 독해를 시도하며, 허민석은 4·3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재일제주인 여성의 재현을 살핀다. 송예림은 여성의 4·3 증언에서의 침묵을 통해 그 공백을 읽어나가며, 고성만은 '친족지의 정치'로서 학살 이후 친족 집단 기록의 양상을 짚는다.
그리고 김상애는 부계 혈통 중심주의에서 탈구됨으로써 '가족관계 불일치'를 경험하는 이중 희생자로서의 '딸'들의 자리를 묻는다.
책을 엮은 고성만 교수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때로는 그러한 목소리로 인해 더 들리지 않게 되고, 여러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여 존재를 발견하고 전파를 모색하는 때이지만, 필자들의 관심은 단순한 수집과 전시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내셔널리즘, 남성 중심주의와 가부장성, 신고주의와 실증주의, 인정투쟁,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같은 '청산'과 '해결'을 지탱해온 논리와 거기에 번롱되는 그녀들의 역사와 현실, 연대와 저항 가능성에 대한 비평적 분석을 추구한다"면서 "그 점에서 필자들의 문제의식은 '청산', '해결' 담론과 긴장을 일으키며 팽팽하게 맞선다"고 전한다.
책의 말미엔 독자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필자 소개와 함께 수록된 글들이 쓰인 배경과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에필로그가 새롭게 더해졌다. 1만8000원.
한편 책 발간에 맞춰 이달 30일 오전 10시 제주소통협력센터 5층에서 북토크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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