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문화광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정치 스릴러 영화들

[김정호의 문화광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정치 스릴러 영화들
  • 입력 : 2024. 04.30(화) 00: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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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8월 6일 아침 언론인 오홍근은 출근길에 괴한 3인으로부터 칼부림을 당한다. 경찰은 그들이 사용한 차량이 군부대 소속임을 확인하나, 정보사는 용의차량의 사건 관련을 부인한다.

여론에 밀린 국방부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하고, 8월 25일 용의자 4명이 검거된다. 올림픽이 진행 중인 9월 24일 국방부는 기자에 대한 테러 사건 묵인 및 은폐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보사 사령관과 참모장을 예편시키고, 기자의 칼럼에서 군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보고 범행을 지시한 준장 1명, 지휘한 소령 1명, 행동책 대위 1명을 입건하고, 직접 범행을 한 부사관 3명은 징계위에 회부시킨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87년 6·10 항쟁과 6·29 선언으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올림픽을 통해서 세계에 발전된 한국을 소개하려던 시기에, 한국 정신문화원의 양동안은 "이 땅에 우익은 죽었는가?"라는 글을 발표한다. 정치 스릴러 영화에서 볼 법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실제 일어났었다.

최근 언론인 출신 정치인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라고 말하여 화제가 되었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정치 스릴러 영화 'Z' (1969), '고백'(1970), '계엄령' (1972), '실종'(1982)을 만들었다. 그리스 출신이지만 주로 프랑스에서 영화를 제작하였다. 그리스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2차대전 이후 독일의 지배를 벗어나서는 좌우의 극한 대립을 겪고, 67년 군사 쿠데타와 75년 왕정 폐지 등의 역사를 거쳐왔다. 6·25 참전국이기도 하다.

실제 있었던 정치인 암살 사건을 다룬 'Z'는 줌렌즈를 이용한 핸드헬드 촬영과 과감하고 빠른 편집을 통해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사건을 해결하려는 한 기자와 검사의 노력으로 경찰청장 등 배후가 밝혀지나 이들은 가벼운 처벌로 끝나고, 오히려 기자는 공문서 누설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되고, 그리스에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다. 군부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금지한다. 장발, 미니스커트, 소포클레스, 톨스토이, 에우리피데스, 마크 트웨인, 아라곤, 트로츠키, 아리스토파네스, 이오네스코, 사르트르, 비틀스, 해럴드 핀터, 베케트, 도스토옙스키, 팝 음악, 현대음악, 당연히 언론자유와 파업도 금지한다고 발표한다. 고대 그리스 문자 'Z'도 "그는 살아 있다"라는 뜻을 지녀서 금지한다. '고백'에서는, 스페인 내전, 프랑스 레지스탕스 활동 등을 하고, 2차대전 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 정부에서 중요 직책을 맡았던 인물들이 미국과 내통한 간첩, 트로츠키주의자, 시온주의자 등의 혐의로, 각본대로 이뤄지는 심문과 재판을 통해서 11명이 사형을 당한다.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체코의 민주화 운동은 1968년 8월, 소련 군대의 침공으로 중단된다. <김정호 경희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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