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필자는 제주에 3명 있는 녹내장 학회 회원이다. 트레이닝 기간을 포함해 안과 의사로 일한지는 20년이 넘었다. 그 중 10년은 제주에서 보냈다. 그 오랜 기간 환자에게 녹내장 수술을 언급하면 한결 같은 반응이 "녹내장도 수술하나요?"라는 반문이다. 많은 안과 전문의들이 "녹내장은 (완전히) 못 고친다"고 표현한 것이 수술에 대한 저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눈은 방수라고 이름 붙은 물에 의해 일정 압력을 유지한다. 방수가 생성되고 순환되어 빠져나가는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안압(눈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게 된다. 녹내장은 이로 인해 시신경 손상과 시야 결손이 발생하고, 시력 저하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을 가리킨다. 따라서 안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녹내장의 진행을 늦추는 데 필수적이다.
안압을 조절하는 방법으로는 약물치료, 레이저치료, 수술 이렇게 3가지가 있다.
녹내장 수술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양을 늘려 안압을 낮추는 방식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섬유주절제술, 방수유출장치삽입술, 그리고 최소침습녹내장수술(MIGS) 3가지를 들 수 있다.
섬유주절제술은 보통 녹내장 수술의 첫번째 옵션으로 여겨지는 방식으로, 1960년대부터 시행된 역사 깊은 수술이다. 방수는 홍채와 각막이 맞닿는 곳에 섬유주라고 하는 하수구를 통해 빠져나가게 되는데, 섬유주 절제술은 (어떤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게 된 기존 경로 대신) 그 섬유주 부위에서 방수가 결막 아래 공간으로 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통로를 만들어 준다. 수술 후에는 결막 아래 방수가 모이는 물주머니인 여과포라는 것이 만들어지게 된다.
방수유출장치삽입술은 섬유주절제술과 유사하게 섬유주에서 결막 아래 공간으로 방수가 나갈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지만, 우리 눈의 구조물 자체만 이용한 섬유주절제술과는 달리 인위적인 장치를 삽입하게 된다. 전방에서 섬유주를 거쳐 장치 몸체까지 연결된 튜브가 있고 결막하 공간에는 물주머니 역할을 하는 몸체를 따로 심는다. 방수유출장치 삽입술은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했다 실패한 경우나 섬유주절제술이 효과적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고려된다.
최소침습녹내장 수술은 말 그대로 수술로 인한 손상을 최소화한 녹내장 수술이다. 최소침습녹내장 수술은 한가지 방법은 아니고 카테고리에 가깝다. 대표적으로 젠스텐트(XEN stent), 아이스텐트(iStent)가 있다. 수술 합병증을 줄이고 빠른 회복에 초점을 둔 만큼 안압을 낮추는 효과는 기존 수술에 비해 떨어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안압을 많이 낮추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시행하거나 아니면 실명의 위험성이 커서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말기 녹내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합병증이 적은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시도해 볼 수 있다. 백내장 수술을 하는 김에 동시에 시술하기도 한다.
이처럼 녹내장 수술은 환자에 따라 적합한 방식이 다르므로, 반드시 녹내장 전문의와 상의해 자신의 상태와 필요에 가장 잘 맞는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녹내장 수술 후에는 떨어진 안압이 다시 올라가는 경우도 종종 있어 다시 약물치료를 하게 되거나 제이, 제삼의 수술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이를 염두해두고 치료해야 한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