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머체왓탐방센터∼서중천변∼철탑∼큰거린오름∼거린족은오름∼임도∼소롱콧길∼머체왓마을 옛터~삼나무숲길∼옛목장길 입구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6)머체왓탐방센터∼서중천변∼철탑∼큰거린오름∼거린족은오름∼임도∼소롱콧길∼머체왓마을 옛터~삼나무숲길∼옛목장길 입구
서중천의 아름다운 풍광과 드넓은 삼나무숲 누리다
  • 입력 : 2024. 08.16(금) 03:0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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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열린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행사는 비가 내릴 듯이 불안한 날씨 속에 진행됐다. 점심 식사 후 서중천에서 길잡이 박태석씨가 오후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승국 시인

내창 양쪽 울창한 난대식물 보고
물소리와 휘파람 새소리에 위안
잘 보전된 머체왓 화전민 옛터도

[한라일보] 제주 산천이 점점 진초록색으로 짙어가는 7월 끝자락, 우리는 서중천과 거린오름, 머체왓숲으로 향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는 한라산 남쪽에 위치해 불려진 마을이름이다. 마을 중심으로 서중천이 굽이쳐 흐르고 윗 지경에는 큰거린, 거린족은, 머체, 넙거리, 사려니, 곱은오름 등이 펼쳐져 수려한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한남리의 옛 지명이 화등촌(火等村)인걸 보면 오름과 서중천 주변의 화전마을이 아랫마을과 상호교류하며 현재의 한남리 마을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전설처럼 회자되던 굴치화전, 머체화전, 궤영곶화전은 4·3사건 당시, 토벌대의 방화로 사라지고 없지만 지금도 그 눈물의 이야기는 전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4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행사는 출발 당시엔 비가 내릴 듯 했으나, 흐린 날씨가 종일 이어져 트레킹하기에는 최적이었다. 12㎞의 여정 중 거린오름 등정이 비교적 힘들었으나 서중천변길, 숲길, 삼나무숲길, 임도는 편안하고 쾌적한 길이었다.

석잠풀

달맞이꽃

좀비비추

에코투어 기획자인 김병준 논설실장은 행사에 앞서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제주자연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활용한 생태관광을 통해 일상의 찌든 삶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자연과 호흡하며 힐링하는 본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머체왓숲길탐방센터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머체왓숲길 공식코스가 아닌 동쪽 서중천변으로 향했다. 짧은 숲길을 지나 맑은 물이 가득 찬 서중천 연재비도를 건넌다. 늘 물이 흘러 미끄러운 이끼가 낀 바위돌을 딛기가 힘들었지만 동쪽 천변 막지슨 동산으로 올랐다. 그곳에서 바라본 서중천의 크고 작은 소(沼)에 가득찬 물이 유난히 맑다.

화등천, 부등천, 소낭당내로 불리다 일제강점기 시기, 남원읍을 서중면으로 칭할 때 한자 표기 서중천(西中川)으로 기록되었다. 그만큼 남원읍의 중심 하천이자 중요한 삶의 터전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남리 선인들이 말한 "서중천과 남원바당을 바꾸지 않겠다"라는 표현이 어떤 함의가 있었는지를.

오전 내내 거린오름을 향해 서중천변 비탈길을 걷는다. 가끔 들리는 물소리와 휘파람 새소리가 우리의 피로를 위로한다. 서중천변 하류와 중류는 내창 양쪽에 구실잣밤나무가 빼곡히 늘어서 있는 등 그야말로 난대식물의 보고이다. 이외에도 조록, 사스레피, 동백, 생달, 낙엽활엽수인 참꽃, 자귀, 서어, 때죽나무가 사이 사이 보이고, 특히 한약재로 유명한 모새나무, 십자고사리와 이끼가 혼재하며 식생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백리향

꾀꼬리버섯

싸리버섯

또한 서중천은 하폭이 좁고 용암작용으로 형성된 새끼줄 용암이 곳곳에 분포하며, 현무암과 기암절벽 밑으로 지하수가 흐른다. 민오름 남쪽 굴치화전 옛터가 보이고 화전민 창고집담, 목장지대, 국림담을 지나 오전내내 걷다보니 큰거린오름 뒤편에 철탑이 나타났다. 반환점이자 오늘 도시락 오찬 장소이다. 누가 "희망이 있는 고통은 아름답다"고 했는가. 그렇다. 땀 흘려 걷는 자에게 오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덕다리버섯

주먹사마귀버섯

기묘한 바위가 펼쳐진 서중천을 건너 거린오름을 오른다.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든 걸음이다. 거린오름 정상에 서니 본능적으로 서북쪽을 바라보았다. 4·3 당시 한남리 주민들이 가장 깊숙이 들어가 피신했다가 총 맞아 죽고 잡혀 내려왔던 고냉이든밭과 불타 없어진 궤영곶화전을 보려고 했는데 나무가 울창해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슬픈 역사를 마음속에 담을 수밖에. 누군가 마치 정상부에 갖다 놓은 듯한 화산탄이 더욱 외롭게 보인다.

오승국

거린족은오름에서 어우창으로 내려와 머체왓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길을 미치도록 걸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조림이 시작돼 1970년대를 거쳐 현재까지도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한남연구시험림에 의해 관리되는 제주 최대의 삼나무 조림지역이다.

삼나무숲길에 이어 머체왓 화전민 옛터가 나왔다. 집담과 통시, 올레길 흔적이 잘 남아 있다. 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소각됐다.

푸르른 목장지대와 삼나무숲길을 걸어 종착지인 옛목장길 입구에 도착했다. 한남리 서중천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거린오름, 머체왓에 스며있는 슬픈역사, 광대하게 펼쳐진 삼나무숲의 기억을 오래 오래 간직하시길.

오승국 <시인, 제주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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