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99] 3부 오름-(58)가마오름, 가메오름은 호수가 있는 오름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99] 3부 오름-(58)가마오름, 가메오름은 호수가 있는 오름
'가마'가 솥? 지명 속의 고대어를 현대어로 착각
  • 입력 : 2024. 10.08(화) 03:3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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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오름은 바른 가마, 가마오름은 엎어진 가마?

[한라일보] 가메오름은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있다. 해발고 372.2m, 자체 높이가 17m에 불과하다. 이 오름의 지형적 특징은 작지만 아주 뚜렷한 분화구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직경 수십 미터에 깊이 10m 정도다. 그런데 이보다 더 돋보이는 것은 북동쪽에 있는 호수 같은 못이다. 정상의 분화구에는 물이 고이지 않는데 이곳에는 연중 물이 고인다. 부드럽고 평탄한 지형에 크지 않지만 평화로워 보이는 호수다.

가메오름, 정상 분화구에는 물이 고이지 않으나 외륜 기저부에 호수를 거느리고 있다. 오름해설사 김미경

이 오름의 지명 가메오름의 '가메'는 하나같이 가마솥이라 한다. 즉, 가마솥과 같이 생긴 오름이라는 데서 붙은 이름이라는 것이다. 요즘은 제주도에만 있는 오름의 분화구가 신기하고 그래서 구경거리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고대인들에게도 이런 작은 오름의 분화구가 이름에 반영할 만큼 중요했던 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한 방울의 물이다. 멀리서는 보이지도 않는 이 오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또 다른 가메오름이 있다.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에 있다. 해발고 140.5m, 자체 높이 51m다. 이 오름은 외관상 평이하다. 다만 분화구에 물이 고이는 것이 유별하다. 이를 가메오름물 혹은 가마오름물이라고 한다. 이 오름의 이름에 대해 가메오름물이 고이는 형세가 가마와 같다는 데서 가메오름 또는 가마오름이라 부르고, 한자로 부악(釜岳)이라 한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나 물이 고인다는 속성으로 볼 때는 가마와 유사할 수 있지만 형태로 볼 때는 가마와 거리가 멀다. 북제주군의 지명총람이라는 책에는 마을에서 바라볼 때 가마솥을 엎어놓은 듯하다고 하여 생긴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가마오름과 가메오름은 오름의 규모가 크지도 않고, 형태도 특별나지 않다. 다만 이 두 오름은 호수를 가지고 있는 게 공통점이다.

가마오름, 주봉에는 분화구가 없으며, 멀리 떨어진 분화구에 큰 호수가 있다. 김찬수



못 이름을 왜 '가메', '갈마'라 했나?

이 오름은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 맵에는 가마오름으로 나온다. 지역에서는 가메오름으로 부른다. 가마오름이나 가메오름은 다소간의 음운 변이일 뿐 같은 말이다. 결국 위에서 설명한 애월읍 봉성리의 가메오름과 한경면 청수리의 가메오름은 같은 이름이다. 두 오름 간은 직선거리로 10.8㎞ 정도다. 그러니 가까이에 있는 두 오름 중 한 가메오름은 '가마' 본래대로의 모양을 닮아 가메오름이라 하고, 또 하나의 가메오름은 엎어 높은 가마를 닮아 가메오름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나는 엎어진 가마와 같고 또 하나는 바르게 된 가마 같은데, 부를 때는 똑같이 부르는 이 이상한 현상은 왜 일어난 것일까? 이것은 첫째 이 오름들이 가마 모양이 아니라는 증거다. 둘째 오늘날은 오름이라는 화산지형을 중시하여 오름 명칭에 '가메'라는 일반명을 가져다 붙인 것이다.

과연 이 가메 혹은 가마의 본래의 뜻은 무엇인가. 이 지명어는 오름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가메못'이라는 못 이름이 있다. 함덕리 서쪽 우회도로 남쪽 지경으로 2638~2639번지 일대이다. 어느 지명 조사자료에는 '가메'의 뜻은 미상이나 '가메기'라고 부르는 예도 있으니 까마귀를 의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못은 '갈마못(渴馬-)'이라고도 한다. 선흘1리 2144번지에 현재는 메워진 '가메물'이라는 연못이 있었다. 물 모양이 가마솥 모양인 데서 유래하였다고 설명한다. 대포동 2369번지 남쪽 해변에 '가메솥깍물'이 있다. 이곳에 덕처럼 생긴 높은 여가 있는데, 그 밑이 마치 가마솥 모양을 하고 있어 가메솥이라 부른다고 한다. 이 아래에서 솟아나는 물을 가메솥깍물이라 한다. 이 물은 썰물에 드러난다. 신풍리 송졸기 동편 지경에 '가매기못'이라는 못이 있다. 까마귀들이 모여드는 연못이라 설명한다.



'가'는 돌궐어, '메'는 고구려어, 모두 호수를 의미

'가마소'라 부르는 못도 있다. 성읍1리 2024번지 영주산 서쪽 천미천에 있는 소다. 이 소가 가마처럼 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설명한다. '갈뫼' 혹은 '갈마'라는 지명어도 보인다. '갈매못' 혹은 '갈마못'이라 불리는 못이 있다. 삼달리 2147번지 본지오름 북쪽 300m에 있다. 성읍1리 2254-3번지에 '갈마못' 혹은 '갈뫼못'이 있다. 남산봉 북쪽에 있는 연못으로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라 한다. 신풍리 1673번지에 '갈뫼못' 혹은 '갈마음수(渴馬飮水)'라는 못이 있다. 역시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형국이라 하여 갈마음수라 하는데 이에 연유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설명한다. 세화1리 2296번지 가시천 동쪽 하류에는 '가매물' 혹은 '갈마수'가 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가마소', '가매기못', '가매물', '가메못', '가메물', '가메솥깍물', '갈마못', '갈마수', '갈마음수(渴馬飮水)', '갈매못', '갈뫼못'처럼 못 지명에 붙은 이 이름들은 무얼 말하는 것일까? '가마'니 '까마귀'니 하는 것은 지명 속의 고대어를 현대어로 착각한 해석이다. 고대어로 이들은 모두 호수를 의미하는 말이다. 굴메오름 설명을 참조하실 수 있다. 굴메오름의 '굴'은 호수를 의미한다. 돈내코의 '코'와도 어원을 공유한다. '굴', '코' 등은 쿨, 클, 글, 골에서 변화를 거친 말들이다. 북방어, 그중에서도 돌궐어 기원이다. 못을 지시하는 '가', '갈' 등 역시 같은 어원에서 파생한 말이다. '마', '미', '메', '매', '뫼' 등은 앞 회의 설명처럼 '물'을 지시한다. 고구려어 기원이다. 가마오름과 가메오름은 호수가 있는 오름이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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