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주말 아침 느긋하게 TV를 본다. 채널을 돌려봐도 모두 건강과 관련된 프로를 내보내고 있다. 안심할 수 없는 치매, 당뇨, 허리, 무릎 등 노인성 질환들은 그냥 넘길 수 없다.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아프던 사람이 건강해진 모습을 보면 출연자와 동일시되는 마음으로 물품을 산다. 문제는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인데 값이 부담스럽다. 그래서 계속 살 수 없다. 그런데 3000~5000원씩에 판매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그렇게 싸게? 함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조금 지나자 함량을 줄였다면? 우리나라의 신망 높은 제약회사들인데 정말 그랬을까? 그건 더 참을 수 없다.
다수 매장에서 재고가 동날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 건기식을 헤아려 보니 약 30여 종으로 이는 성분, 함량, 원산지에 차이를 뒀다. 또 기존 제품이 36개월 분량인 것과 달리 1개월분 단위로 포장함에 따라 가격 부담을 줄였다고 한다. 어떤 제품은 약국에서 판매하는 품목과 똑같은 것도 있단다. 약국 대비 최대 10분의 1 가격이면 소비자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
약사회가 해당 매장에서의 건기식 상품 판매를 반대하며 제약사에 보이콧을 예고했고, 4일 만에 한 제약사가 철수를 발표했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이다. 해당 논란에서 소비자 이익은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약국을 이용해야 하는 소비자는 약자일까.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뒤늦게 공정위에서 조사를 거론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51조에는 '사업자 단체는 구성 사업자의 사업 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건기식은 의약품이 아닌 만큼 소비자는 자유롭게 구매할 권리를 가진다.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합법적인 유통이 제한되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유명 모델로 광고를 찍고 그 비용을 모두 물품 가격에 포함하고 있음을 소비자는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TV 외엔 다른 정보 선택 방법을 잘 모른다. 이번 건기식 판매처럼 소비자가 접근하기 쉬운 매장에서 가격을 내려 판매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다양한 가격과 품질의 제품들이 공존하며 공정한 경쟁을 자유롭게 하는 시장 환경이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며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는 강력히 저지하고, 앞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지키기 위해 소비자 상담(국번 없이 1372)과 지속적인 감시로 대응하기로 했다. 건기식 시장의 공정거래, 소비자 선택권에 악영향을 주는 약사회 주장은 공정거래를 해치는 일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변순자 소비자교육중앙회제주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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