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제주동부소방서 성읍119센터 출동 동행 취재
고사리 채취객 실종사고 대비 119구조견 전진 배치
신고 30여분 만 신고자 발견... 핸들러와 완벽 호흡
입력 : 2025. 04.17(목) 16:13 수정 : 2025. 04. 19(토) 15:43
김채현기자 hakch@ihalla.com
17일 오전 119구조견 나르샤가 고사리 채취객 실종자를 발견했다. 사진은 강찬우 핸들러가 A씨를 구급차량으로 안내하는 모습.
[한라일보] "출동 출동. 고사리 채취객 실종 사건입니다!"
17일 오전 9시55분 제주동부소방서 성읍119센터에 긴박한 무전이 울렸다. 고사리 채취에 나섰던 70대 여성 A씨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신고였다. 소방대원들은 무전을 듣자마자 몸을 일으켰고, 출동 준비는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험지펌프차, 구급차 그리고 119구조견팀이 일사불란하게 센터를 나섰다. 박진감이 넘치는 순간 운전대를 잡은 강찬우 핸들러의 곁에는 윤기가 흐르는 검은 털을 가진 듬직한 119구조견 '나르샤'가 굳건한 눈빛으로 함께했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구급대원이 도착한 곳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한 골목길. "이런 데 고사리가 있을까?"라는 순간적인 의문도 잠시, 구조대원들은 골목을 가로막고 있던 장애물을 치우고 곧장 다시 차량에 올랐다. 울퉁불퉁한 길 위에서 구조 차량은 쉼 없이 들판을 가로질렀다.
신고 접수 15분만에 GPS좌표상 위치에 구조팀이 도착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예상보다 훨씬 광활한 풍경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길 없는 억새밭. 어디서부터 어떻게 A씨를 찾아야할지 난감한 상황 속에서 구조팀은 순식간에 수색 범위를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나르샤에게 수색 명령이 떨어졌다. '딸랑'이는 방울 소리와 함께 나르샤는 망설임없이 갈대 사이로 파고 들었다. 코를 바짝 땅에 붙인 채 이리저리 움직이며 냄새를 추적했다. 나르샤의 곁에서 강 핸들러 역시 가시덩굴을 손으로 밀어내며 함께 수색을 진행했다.
그렇게 10분 가량이 지났을 무렵 "멍!"하고 나르샤의 짧고 힘 있는 짖음이 들려왔다. 곧이어 강 핸들러의 호각 소리도 울려 퍼졌다. A씨 발견 신호였다. 구조팀은 재빨리 소리가 난 방향으로 구급차를 몰았다.
이날 구조대원들과 나르샤의 활약으로 A씨는 다행히 건강상 큰 이상 없이, 신고 접수 30여분만에 발견됐다.
119구조견 나르샤와 강찬우 핸들러. 한국인명구조견협회 제공
임무를 마친 나르샤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강 핸들러 곁에 섰다. 강 핸들러는 수고했다는 듯 나르샤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는 물병 뚜껑을 열었다. 벌컥벌컥 물을 마신 나르샤는 다시 차량에 올라탔다.
센터로 복귀한 구조팀이 점심식사를 위해 숟가락을 몇번 들었을까. 다시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또 고사리 채취객 길 잃음 신고였다. 물 한 모금의 여유도 뒤로한채 나르샤와 강 핸들러는 그렇게 또 다시 생명 구조의 길에 나섰다.
핸들러 지원을 위해 훈련사 자격증까지 갖췄다는 강찬우 핸들러는 "나르샤가 고사리 채취 실종객뿐만 아니라 산악 구조 등 다수 인명 상황 속 수색현장에도 동원되기 때문에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반응하지 않도록 매일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나르샤의 컨디션과 의욕이 떨어지지않도록 세심히 체크해 구조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매년 봄철 고사리 채취객 길 잃음 사고가 반복됨에 따라 119구조견대를 사고다발지역인 동부권에 전진 배치하는 특수 시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사고 발생지역의 지형적 특성과 구조 대응 효율성 등을 고려해 전진 배치 장소를 중산간에 보다 가까운 성읍 119지역대로 선정했다. 현재 제주지역에 운용 중인 119구조견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나르샤'와, 저면 셰퍼드 '강호' 등 2마리이다.
119구조견 강호. 한국인명구조견협회 제공
나르샤. 제주소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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