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12월의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자

[고영림의 현장시선] 12월의 원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자
  • 입력 : 2025. 12.25(목) 21:3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제주시 원도심의 칠성로는 날씨가 추워지는 이맘때는 더 한적해진다. 일부 구간에만 조명과 장식이 눈에 띈다. 즐겨 다니는 길에서 보이는 구간 별 차이가 착잡하게 만든다. 칠성로 전 구간을 덮고 있는 아케이드가 비와 눈을 피하게 할지는 몰라도 건물들의 1층을 빼고는 아케이드 지지대가 시야를 가리고 있는 다른 층들은 활용되고 있지 않는 듯하다.

산지천 변에 조성된 탐라문화광장의 썰렁함은 어이없을 정도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기존 건물들을 없애고 이벤트용으로 만들어놓은 공터라 하겠다. 이곳은 지나가는 사람도 뜸하고 해가 지면 더 고요해진다. 광장이라고 만들어놓고 알아서 채우라는 것인가. 광장이라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는 장소가 아닌가. 쉬는 사람도 노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탐라문화광장을 어찌해야 할까.

뉴스에서 접하는 다른 도시의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즐기는 모습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12월 한 달 동안 원도심을 따뜻하고 다정한 공간으로 만드는 도시재생을 해보는 것이 어떨지 궁리해 봤다.

필자가 유학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16세기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마켓이 12월 내내 열린다. '크리스마스 수도'라는 명칭답게 원도심의 상가와 식당들은 건물 외관을 알록달록 동화의 나라로 장식하고 전통공예품과 과자를 파는 부스들이 광장과 거리에 가득하다. 뱅쇼(계피와 오렌지 등을 넣어 덥힌 적포도주)를 손에 들고 크리스마스마켓을 즐겼던 시간은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추운 날씨 속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안을 받았던 추억은 오래가기 마련이다. 크리스마스마켓의 한 해 방문자는 200만 명에 이른다. 전통을 5세기 가까이 이어오면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고 지역 관광산업의 중심이 된 매우 훌륭한 사례다.

크리스마스마켓이라는 용어는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서양의 전통을 모방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가져와서 우리 방식으로 12월의 축제를 원도심에서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12월이 되면 빛으로 가득한 탐라문화광장을 찾은 사람들이 동지팥죽을 먹고 오메기술을 시음하고 버스킹 공연도 감상하는 풍경을 상상한다. 칠성로로 들어서면 각자의 매력을 뽐내는 장식을 걸어놓은 가게들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래된 마을 한짓골과 무근성은 한적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분하고 다정한 장식들이 맞이한다면 걷고 싶은 거리가 될 것이다.

지역민들이 노력해서 만든 즐겁고 행복한 공간에는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겨울 관광객들을 원도심으로 유인하려면 12월이라는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 서울의 광화문광장과 청계천의 화려함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내년에는 전통의 것들을 활용하여 12월의 개성 있는 원도심을 만들어보자.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9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