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2025년 한 해가 저무는 가운데 제주 문단에 시집 출간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연말을 맞아 제주의 기억과 삶, 자연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담아낸 시집들이 잇따라 출간되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강은미 시인의 시집 '흐린 날의 춤'은 시인이 자고 나란 제주의 정서를 바탕으로 기억의 회랑을 건너는 시간의 여정을 담아냈다. 한그루시선 53번째로 묶인 이 시집은 총 3부에 걸쳐 63편의 시를 실었다. 잔잔한 회상에 머무르기보다 날것의 시어로 내면을 파고들며, 가라앉아 있던 기억과 감정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김승립 시인은 해설에서 "강은미의 시간여행은 단순한 추억여행이 아니라 자아가 세계와의 마주침 속에서 얻은 상처로 인한 부정성의 '독'을 직시하고 자기반성과 성찰을 거쳐 영혼의 사랑을 되찾기 위한 시원으로의 기억여행"이라고 평했다.
같은 한그루시선 52번째 권으로 출간된 조선희 시인의 첫 시집 '숨길'은 투병과 회복의 시간을 통과하며 마주한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았다. 제주 서귀포 출신으로 한라산문학 동인에서 활동 중인 시인은 갑작스러운 병마와 싸우며 느꼈던 가족의 온기와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4부, 60편의 시로 풀어냈다.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시인선 140번 째 권으로 나온 김진숙 시인의 시집 '잠깐이라는 산책'은 멈춤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산책의 의미를 묻는다. 시인은 밥물이 끓는 순간이나 기차를 기다리는 짧은 틈새에서 '하루의 시간을 오려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는 일'로서 산책을 바라본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개인의 서정을 넘어 제주 4·3과 베트남전쟁, 세월호 참사 등 한국 현대사의 비극까지 아우르며 폭넓은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서귀포시 서귀동 토박이 고길선 시인은 첫 시집 '부니 바람이다'를 통해 제주 바다와 바람 그리고 그 안에 깃든 그리움의 정서를 노래한다. 전해수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바람결에 나부끼는 시인의 순정이 사랑, 그리움, 아픔의 단계를 겪으며 시로 가닿은 '바람의 노래'라 할 수 있다"며 "섬을 때리는 파도의 포말같이 제주어를 시에 군데군데 사용하고 있는 시인의 시는 그렇게 다시 그리움으로 부는 바람의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줄 것"이라고 평했다.
홍완식 시인의 '나의 사랑 제주'는 제목 그대로 제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은 시집이다. 시인은 숲속 둘레길과 해안 올레길을 걸으며 마주한 제주의 풍경과 단상을 기록했다. 그는 머리말에서 "시인으로 교육받지 않아도 제주에서는 조용히 바다를 응시할 줄 알고,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기만 한다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다"며 "제주를 사랑함에는 이유가 없다. 나는 그냥 제주가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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