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입춘(立春), 그 아름다움과 함께

[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입춘(立春), 그 아름다움과 함께
  • 입력 : 2026. 02.04(수) 00:0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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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의 겨울은 서울보다 더 시리다. 싸늘한 냉기가 입춘에 이르렀는데도 곱게 물러날 것 같지가 않다. 하지만 봄의 이름(立春)은 하늘의 약속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저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바람은 밤낮으로, 바다와 한라산으로 삼투되는 것처럼 흐르고 있어도 가끔 한낮의 햇살은 맑고 곱게 제주 섬 위로 포근하게 내려준다. 문명이니 문화니 또는 과학기술의 혁명이란 말을 들으며 살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제주의 곳곳에서 자연에 기댄 봄의 움이 돋아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

며칠 전 후배와의 만남에서 요즘 너무도 가까이 다가와 버린 'AI(Artificial Intelligence)'에 대해 귀가 따갑게 그 혁명적 효용성을 들어야만 했다. 이미 실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면서도 그토록 호들갑을 떨 일인가 애써 무시하려는데 후배는 더 바짝 다가와서 세상 모든 것을 알려준다며 지금은 예술적 표현까지도 넘나들고 있다고 내게 콕 집어서 일러주기까지 했다. 주식이며 코인까지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제미나이'나 '챗지피티'를 통해 '몰-빵' 투자를 하면 대박이지 않겠느냐 말하고 헤어졌다.

엔트로피의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며 살고 있지만 지구 환경도 변한다. 그러니까 지구도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있다는 말이다. 여러 가지로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는 대기 온도 상승이며 수온 변화 등은 전 지구 환경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물론 자연과 생태의 파괴며 오염 문제도 있지만, 우선 대기 온도와 수온의 변화가 부정적이라면 과학기술, 지금 혁명이라고 하는 AI가 그 실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을 알려준다고 했으므로 이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의 삶은 거의 모든 곳에서 이 AI와 연결돼 가고 있다. AI의 혁명 시대라고 할 만하다. 그러면서 우리의 감각, 또는 초감각은 퇴화의 과정으로 진행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주체 인식의 기관들을 운용하는 방법과 능력까지도 부지불식간에 파기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 감각기관을 상실하고 단지 살아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 이것은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원초적인 기관이다. 봄이 때에 이르렀다는 오늘, 우리는 축복으로 가지고 태어난 기관들을 늘 벼리며 살아가는 길을 찾아야만 하지 않을까.

오늘 입춘 한파로 우리는 겨울을 끌고 다니는 것처럼 느낀다고 해도, 때를 감각과 초감각으로 더듬어내는 헤아릴 수도 없는 고운 생명들은 가만히 삶을 드러낸다. 우리보다 더 명료하게 기지개를 켤 때를 알고 있다. 동백이 눈을 이고 피는 이유가 따로 있지 않고 유채꽃이 벌써 피었느냐고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된다. 제주 안의 생명들은 단 한 번도 때를 놓치거나 건너뛰지 않는다. 입춘 맞이라 했던가. 대문에, 현관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니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따위의 부적으로 감각을 잃지 말자. 오늘은 생명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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