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황반변성은 눈 안쪽 중심부, 즉 황반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노년층 실명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특히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자라나 출혈과 삼출을 일으키며 시력을 급격하게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병이다. 다행히 지난 15여 년 사이, 항혈관 내피성장인자 (anti-VEGF)를 안구 내 주사하는 치료법이 개발돼 큰 기여를 해왔다. 이 주사제는 눈에 새로 생긴 혈관의 성장을 억제하고 이미 생긴 혈관의 활동성을 낮춰 망막의 부종과 출혈을 줄인다. 적절한 때 치료를 시작하면 시력을 유지할 수 있고, 심지어 호전되기도 한다.
치료의 핵심은 내피성장인자 (VEGF)를 억제하는 것이다. VEGF는 원래 혈관의 생성을 돕는 좋은 단백질인데, 습성 황반변성이 발병하면 과도하게 분비돼 비정상적인 새 혈관을 자라게 한다. 이 신생 혈관은 구조가 약해 쉽게 출혈이 생기고, 망막에 물이 차게 만든다. 주사제를 넣어 내피성장인자를 차단하면 신생 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고, 이미 생긴 혈관의 활동성도 낮출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굳이 눈에 주사를 맞아야 하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이 약들은 쉽게 말해 분자 크기가 너무 큰 단백질 덩어리다. 알약으로 먹으면 위장에서 파괴되고, 안약으로 바르면 각막을 통과하지 못한다. 혈관 주사로 맞아도 혈액-망막 장벽 때문에 도달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로선 약물을 눈 속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주사를 맞는 스트레스는 나이와 무관해서,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언제까지 맞아야 하나?"다. 안타깝지만 딱 잘라 답하기 어렵다. 습성 황반변성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완치가 아닌 조절을 목표로 접근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보통 한 달 간격으로 세 차례 집중 치료를 먼저 시행한 뒤 (로딩요법), 망막의 부종과 신생혈관의 활동성을 보면서 주사 간격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투여간격연장요법). 수개월 이상 재발 없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분도 있지만, 상당수는 다시 활성화돼 추가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지 묻는 이들도 많다. 망막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영상검사에서 활동성 병변이 보이지 않는다면, 주사 간격을 충분히 늘리거나 일시적인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의와 상의해 주사를 끊더라도 반드시 정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영상검사를 통해 재발을 찾아내는 일이 적지 않고, 자의적으로 치료를 멈췄다가 출혈이 다시 시작돼 시력이 크게 떨어진 뒤에야 내원하는 사례도 많다.
황반변성의 주사치료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에 가깝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지금, 황반변성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질환이다. 모기에 물린 것처럼 아주 조금만 따끔하면, 평생 건강한 시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 두려워하지 마시라. <김연덕 제주성모안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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