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우제’가 아닌 ‘기풍제’를 지내야 하나?

[열린마당] ‘기우제’가 아닌 ‘기풍제’를 지내야 하나?
  • 입력 : 2026. 09.03(목) 00:00
  • 유종인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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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 사람들에게 태풍은 두려운 존재다. 강풍은 시설물을 쓰러뜨리고 폭우는 농경지를 물에 잠기게 한다. 그래서 태풍이 북상한다는 예보가 나오면 걱정부터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제주를 비껴가는 태풍을 보며 역설적으로 '효자태풍'을 떠올린다. 태풍이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적절한 비를 내려준다면 가뭄을 해소하고 지하수와 농업용수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제주는 비가 많은 섬이지만 강수의 계절적·지역적 편차가 크다. 필요한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업현장에서는 물이 부족해진다. 수자원의 대부분을 지하수에 의존하는 제주에서 비는 중요한 자원이다.

태풍은 바다에도 영향을 준다. 강한 바람은 바다의 표층과 아래층을 뒤섞고, 따뜻해진 표층수의 수온을 낮추거나 깊은 곳의 영양염을 위쪽으로 공급하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가뭄이 오래 지속되면 '기우제'를 지냈다. 그렇다면 태풍마저 제주를 계속 비껴가는 시대에는 '기풍제(祈風祭)'라는 말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필요한 비를 가져다주는 '효자태풍' 하나쯤 와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기후변화 시대에는 태풍도 단순히 '오면 나쁜 것, 안 오면 좋은 것'으로만 볼 수 없다. 바짝 마른 제주에 단비를 내리고 뜨거워진 바다를 한 번 뒤섞어 주면서 조용히 물러나는 효자태풍을 기대해 본다. <유종인 제주도자연재난방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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