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더워지는데"… 악취·파리떼에 주민 시름

"날은 더워지는데"… 악취·파리떼에 주민 시름
무허가 퇴비사·분뇨 넘친 연못 오염·악취 '이중고'
파리떼 우글우글… 비위생적 이미지에 영업 피해도
  • 입력 : 2018. 04.22(일) 17:44
  • 손정경기자 jungks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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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쾌쾌한 악취가 괴로울 만큼 코를 찔렀고 파리떼도 끓고 있었다. 사진은 한 과수원 내부에서 파리떼가 잡힌 모습. 사진=손정경기자

"몰래 버린 가축분뇨가 이 연못까지 흘러넘쳤어요. 오염에 악취에 그야말로 이중고예요."

지난 20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쾌쾌한 악취가 괴로울 만큼 코를 찔렀고 파리떼도 끓고 있었다.

주민 양웅돈(45)씨는 "몇 해째 악취, 파리떼와 씨름하며 행정에도 수차례 건의했지만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며 "날이 더워질수록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건데 벌써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양 씨의 이야기를 듣던 한 주민도 "벌써 새벽까지 악취가 진동해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며 "여름이면 파리떼가 꼬여 양봉용 모자를 쓰고 일상생활을 해야 할 정도"라고 문제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제주도는 지난달 23일부터 악취가 심하게 발생하는 제주지역 59개 양돈농가를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악취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무허가 퇴비사(가축분뇨 처리시설) 운영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양웅돈(45·상명리)씨가 가축분뇨가 흘러 넘쳤던 연못 앞에서 기자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정경기자



강경돈(56) 상명리 악취근절추진위원장은 "가설건축물(비닐하우스)로 지어 퇴비를 말리다 적발되는 농가가 여전히 많다"며 "불법으로 운영되는 퇴비사는 가림막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악취가 사방으로 퍼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자가 상명리를 방문한 날에도 한 대규모 양계장에서 변경신고를 하지 않고 퇴비사를 운영하다 적발돼 제주시가 현장조사를 나온 상황이었다. 제주시 조사 결과 이 양계장은 지난 2월부터 가설건축물 2개 동을 지어 퇴비를 말려오고 있었다.

강 위원장은 이 같은 문제가 이어짐에 따라 지역 내 상권도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 위원장은 "한림읍, 특히 금악·상명리는 비위생적이란 인식이 심어져 관광객이 찾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지역상인들의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주도내에는 현재 양돈농가 296곳이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68개 농가가 금악리, 25개 농가가 상명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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