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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 이방익 표류현장을 가다
[제주사람 이방익 표류 현장을 가다] (5)항구도시 하문으로
"조선은 예의를 숭상"… 낯선 땅서 주자를 만나다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8. 07.22.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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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산암사 전경. 표해록에 묘사되었듯 사찰로 향하는 돌다리가 세워져있다

마주한 대만부서 뱃길로 10일 걸려
향불사 주자서원 흔적 찾아 한나절
참배하며 예의지국 알렸던 이방익


"정사년 정월 초4일 하문부에 이르니 큰 산이 있고 산 앞에 큰 절이 있는데 이름은 향불사라고 한다. 절 앞에는 반석이 있고 그 아래 돌을 깎아 암자를 지었는데 돌 위의 큰 다리가 10장이 넘고 둘레가 세 아름이나 되는 돌이 서있는데 반석 위에는 큰 소나무가 있다."

이방익이 한글로 남긴 기록을 필사한 자료로 추정되는 '표해록'의 한 구절을 들고 몇 시간을 찾아다녔다. 자료를 뒤지고 현지인에게 물어봐도 향불사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 7일 다다른 중국 남방 복건성(福建省, 푸젠성)의 첫 여정지인 하문(厦門, 샤먼)은 쉽게 그 날의 기억을 꺼내보여주지 않았다. 하문은 2017년 기준 400여만명이 거주하는 항구도시로 1980년 중국 정부는 이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양안 자유무역 시범지역으로 금융·서비스 중심도시, 무역중심도시로 성장해왔다.

▶"삼척동자라도 주자가 성인인 줄 알아"=이방익 일행이 대만을 지나 당도한 곳은 하문이었다.

당시 대만에서 하문까지 수로로 소요되는 일정은 10일이었다. 이방익이 기록한 하문의 풍경은 '자양서원'이라는 네 글자 현판이 있던 향불사가 유일하다. 자양서원은 주자서원을 일컫는 말로 이방익은 다음 기착지인 천주(泉州, 취안저우)로 떠날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주희(朱熹, 1130~1200)가 본명인 주자는 복건성 태생의 유학자다. 성리학을 확립해 유학사와 동아시아 사상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학자로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등 조선의 학자와 선비들 중에도 주자의 사상과 발자취를 따른 이가 숱하다.

이방익도 다르지 않았다. 이방익은 서원에 주자 화상을 모셨다는 말을 듣고 참배하기를 청한다. 그랬더니 사자(使者)가 어찌 주자를 아느나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방익은 답한다. "조선은 본디 예의를 숭상하는 나라라 삼척동자라도 주자가 성인인 줄을 다 압니다."

제주 사람 이방익의 그같은 행동은 조선이 예의지국임을 한층 알리는 계기가 된다. 표해록에는 이방익이 배례를 끝내고 나오는데 수백 명의 유생들이 갈라서서 그에게 일제히 읍했다는 대목이 뒤따른다.

▶그림 속 같은 무이산 지나치며 본 듯=취재팀은 기록에 오른 지명을 떠올리며 하문시 동안(同安) 일대를 한나절 헤맸지만 향불사의 흔적은 그로부터 차로 달려 1시간여 거리인 지금의 상안(翔安)에 있었다.

향산암사 입구에 '향화해(香花海)'로 이름붙여진 드넓은 꽃밭이 조성돼 하문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한참 오른 탓에 산중턱에 자리잡은 곳인 줄 알고 또 다시 헛걸음을 치는가 싶었다. 하지만 막상 사찰에 다다르니 대만으로 향하는 하문 앞바다와 가까운 지형이었다. 1127년 건립된 향산암사(香山岩寺)였다.

박지원은 '서이방익사(書李邦翼事)'에서 향불사에 대해 "주자가 동안현의 주부(主簿)로 있을 때 고사헌(高士軒)을 지어 여러 유생과 더불어 그곳에서 강습한 일이 있는데 지금의 서원이 서있는 자리도 아마도 그 옛터인 듯 하다"고 덧붙여놓았다. 향산암사를 소개한 글에 그같은 내용이 들어있어 연암의 추정이 맞다면 이곳을 이방익이 거쳤던 220여년전 향불사로 볼 수 있다. 상안구가 한때 동안현에 속했던 지역이었고 사찰로 향하는 돌 위의 큰 다리 모양새도 표해록에 묘사해놓은 그것처럼 흡사했다.

무이산 무이정사에 전시된 주희 초상.

하지만 향불사는 그로부터 수 백년 세월의 때를 입으며 얼굴이 바뀌고 있었다. 현재 증·개축 공사가 한창인 향산암사는 주자의 시호를 딴 '휘국문공사(徽國文公祠)'란 현판이 제주사람 이방익에 얽힌 사연을 간신히 전해주고 있었다. 대신 향산암사 마당과 주변은 지역 주민들의 유원지처럼 들썩였다. 갖가지 향이 넘실대는 먹을거리를 파는 노점이 한켠을 차지했고 입구엔 만발한 꽃들로 드넓은 정원을 꾸며놓았다.

주자에 대한 이방익의 마음은 무이산으로 이어진다. 표해록에는 건녕(建寧)부에 이르러 '산천이 수려하여 그림 속 같은' 무이산을 멀리서 보는 듯한 장면이 등장한다. 중국의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무이산은 주자가 무릉도원이라 칭했던 곳으로 산을 에워싸고 흐르는 구곡계(九曲溪), 36개의 봉우리, 99개의 암석으로 형성됐다. 이곳엔 주자가 후학을 양성했던 무이정사가 있다. 무이정사를 찾은 날, 12세기를 살았던 사상가를 만나기 위해 단체로 견학에 나선 중국 아이들을 봤다. <자문위원=권무일(소설가) 심규호(제주국제대 교수), 글·사진=진선희기자>



"무인 시선에 담긴 복건성 기록 독특"
류전표 복건사회과학원역사연구소장


"마르코 폴로가 상인의 관점으로 경제적인 측면을 봤다면 이방익은 장군의 시선으로 사회, 문화, 풍습을 보고 더 많은 자료를 남겼습니다. 다만, 마르코 폴로는 중국어 책자가 여러 권 나와서 중국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데 이방익 표류 기록은 중국어 자료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지난 13일 중국 복건성의 성도인 복주(福州, 푸저우)시에 자리잡은 복건성지방지편찬위원회 회의실. 그곳에서 만난 류전표(劉傳標) 복건사회과학원역사연구소장은 제주 사람 이방익 표류 노정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3세기 유럽인의 눈에 비친 중국 등 아시아를 담은 '동방견문록'을 남긴 마르코 폴로에 견줘 그보다 500여년 뒤 중국에 발디뎠던 제주출신 무인 이방익의 이야길 꺼내며 '독특한 기록'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지방지편찬위원들은 이방익 관련 한문 표류 기록인 박지원의 '서이방익사(書李邦翼事)'를 토대로 복건성을 거쳐간 흔적을 소개했다. 하문·천주부·화흥부·복주부·건녕부 등을 방문했고 향불사, 낙양교, 만수교, 법해사, 황전역 등지를 참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복건성과 제주의 오랜 인연도 놓치지 않았다. 명말 청초 중국·일본간 무역에 종사하던 복건 상인들이 태풍을 만나 조선과 일본 사이에 있던 제주에 표류한 일이 잦았다는 점이다. 그 중 이방익이 청나라로 표류하기 전인 현종 8년(1667)에 제주에 표착했던 중국배에 복건성의 관상(官商)인 임인관(林寅觀)이 탔었고 좋은 접대를 받았다는 대목을 제주 방문단에게 전하며 제주와 복건의 오래된 우의를 강조했다.

류 소장은 "이방익이 방문했을 때 국빈관이 자리했던 유원역과 가까운 곳에 만수교가 있었다"며 이방익 일행이 복주에서도 환대 받았던 사실을 상기시킨 뒤 "이방익의 눈에 문물이 발달되고 안정적이던 복주의 모습은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던 당시 상황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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