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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와 문학] (18)김광협의 시 '유자꽃 피는 마을'
"유자꽃잎 사이로 파아란 바다 촐랑"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19. 08.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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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배경으로 서귀포 지역 감귤원에 노오란 귤이 달려있다. 김광협 시인은 서귀포의 빼어난 풍광을 넘어 단단한 심성을 지닌 농부의 정서를 시편에 담았다.

천지연폭포 가는 길에 詩碑
개발 손길 전 서귀포 정경
온유함 넘어 굳센 정서도

그는 서귀포시 태생의 첫 시인이다. 서귀포에서 처음 세워졌다는 시비(詩碑)의 주인공 역시 그였다. 서귀포항이 지척인 천지연폭포 가는 길에 그 시비가 있다. "뛰어난 서정과 민중 의식에 바탕을 둔 예술적 감각으로 투박하면서도 빛나는 시편들을 남겼다. 거기다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제주 토속어를 시로 형상화하는 작업에도 남다른 정열을 기울였다." 빗돌의 이면에 담긴 구절이다.

'유자꽃 피는 마을'(1970)의 김광협(1941~1993)시인. 호근동에서 태어난 시인은 196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강설기'가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그가 이 세상과 이별할 때는 서귀포문학회장으로 영결식을 치렀다. 이 역시 '최초'라고 한다.

오늘도 서귀포 도심 관광지인 천지연을 오가는 이들과 눈을 맞추고 있을 '유자꽃 피는 마을' 전문을 옮겨본다. '내 소년의 마을엔/ 유자꽃이 하이얗게 피더이다./ 유자꽃 꽃잎 새이로/ 파아란 바다가 촐랑이고,/ 바다 위론 똑딱선이 미끄러지더이다./ 툇마루 위에 유자꽃 꽃잎인듯/ 백발을 인 조모님은 조을고/ 내 소년도 오롯 잠이 들면,/ 보오보오 연락선의 노래조차도/ 갈매기들의 나래에 묻어/ 이 마을에 오더이다./ 보오보오 연락선이 한 소절 울 때마다/ 떨어지는 유자꽃./ 유자꽃 꽃잎이 울고만 싶더이다./ 유자꽃 꽃잎이 섧기만 하더이다.'

유자꽃 사이로 서귀포 바다가 눈에 걸리는 풍경이 절로 그려진다. 바다엔 똑딱선과 연락선이 오고간다. 생계를 위해 바다를 향해 걸음을 떼고 바깥 세상과 만나기 위해 다시 그 바다로 나선다. '유자꽃 피는 마을'의 서정은 그의 또다른 시 '서귀포의 봄'에서도 읽힌다. '복사꽃 꽃잎 지는 한낮,/ 연분홍 꽃잎 사이/ 바다는 푸르고/ 햇빛은 와 속살긴다./ 당유자 이파리에.' 개발의 손이 닿지 않은 채 농촌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서귀포의 마을을 눈에 비친 모습 그대로(김지연) 옮겼다.

시인은 빼어난 서귀포 풍광과 유자꽃 향기에만 취했던 것일까. 그에겐 '땅에 순응하고 하늘만 쳐다보며 사는 온유한 모습'만이 아니라 '바람과 돌짝밭과 닳고 닳은 심장과 무쇠같이 단단한 팔뚝으로 자연과 싸우면서 살아온 힘있는 농부의 정서'(현길언)가 있었다. 시인은 도회의 일상에서 돌하르방이 심혼을 흔들어 일깨우듯('돌하으방') 농민으로 대변되는 이 땅 민중들의 애환을 품었다.

하여, 시인은 봄날 꽃향을 피워내는 감귤을 두고 '슬픈 과실이구나' 한탄한다. '군청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제주 밭고랑'을 지나 서울의 '술집 사기접시에 저미어진 귤들'('귤')에 그 사연이 있다. 시인은 고려시대 조공의 아픔을 떠올리고 제주 여인들이 겪었던 치욕을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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