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만명 시대 '무용지물' 재난문자

외국인 2만명 시대 '무용지물' 재난문자
정부·제주도 코로나19 안내·기상특보 등 한글로 발송
외국인 "번역 번거롭고 어려워"..안전사각지대 우려
  • 입력 : 2020. 06.02(화) 17:01
  • 강다혜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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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보낸 안전 안내 문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코비드-19의 얼어붙고 터지는 속도를 느리게! 음식을 개인 접시에 저장하세요! 앉으세요! 큰 소리 내지 마세요! 밖으로 나가기 위해 티켓 연습하자"

뉴질랜드 출신 외국인 A씨(제주시 이도 2동)는 지난달 27일 오후 4시쯤 재난 문자를 받았다. 한글 독해가 서투른 A씨는 문자 내용을 복사해 번역기에 돌려보려고 했지만 복사가 되지 않았다. 이에 스마트폰 통번역 애플리케이션에 문자 내용을 영어로 어렵게 해석해 옮겨 적었더니 위와 같은 어색한 내용이 나왔다.

정부와 제주도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현황, 감염병 예방수칙 등을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발송하고 있지만, 외국어로는 지원되지 않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관련 내용을 전달하는 안전안내문자 뿐 아니라 폭설, 지진 등 재난상황·기상특보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 역시 한글로만 발송되며 위기상황 시 외국인들이 안전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민은 행정안전부와 제주도에서 보내는 재난 문자를 수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발신하는 재난 문자는 2013년 1월 1일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을 소지한 국민이면 의무적으로 수신받는다. 또 제주도는 신청자 11만 5000명에게 자체 재난 문자를 발신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재난정보 안내 애플리케이션 '이머전시 레디(Emergency Ready)'

하지만 현재 한글로 수신되고 있는 재난 문자는 엘지전자 휴대전화를 제외하면 복사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이나 애플의 휴대전화를 쓰지만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은 재난 문자가 와도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가 개발한 외국인 전용 재난정보 안내 앱 '이머전시 레디(Emergency Ready)'가 출시돼 있지만 영어·중국어만 지원하고 있을 뿐이다. 또 해당 앱을 다운 받아야 번역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이 앱을 다운 받은 수는 1만건 이상에 불과하다.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이 200만명이 넘고 제주도내 외국인 인구수가 4월 말 기준 2만 4924명임을 고려할 때 턱없이 적은 숫자다.

중국 출신 외국인 B씨(제주시 애월읍)는 "긴급하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재난 문자인 건데, 외국인들도 주소지가 제주도인 도민인데 문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 소외감과 불편함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전용 재난정보 안내 앱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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