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못 믿어"…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국민참여재판' 가나

"검찰 못 믿어"…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 '국민참여재판' 가나
6일 진행된 제주지법 공판준비기일서
"살인범 도장"… '국민참여재판' 희망
檢 "사실관계 명확해 무리 없다" 자신
치열한 공방 예상 이유 재판부는 난색
  • 입력 : 2021. 10.06(수) 16:16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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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김모(55)씨.

1999년 제주에서 발생한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50대 피고인이 수사기관을 믿지 못하겠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6일 살인과 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55)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당초 이날 재판은 검찰 공소사실과 피고인 측의 반론을 듣는 '공판기일'로 예정됐지만, 김씨가 국민참여재판을 희망하면서 '준비기일'로 변경됐다.

 이날 김씨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고, 검찰에서도 확증 편향 가져서는 안된다"며 "그런데 한국에 강제 송환된 뒤 수사기관이 진행하는 절차를 봤을 때 이미 나를 살인범이라고 도장을 찍어 수사를 진행했다"며 국민참여재판 희망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검찰은 "증거에 입각한 사실관계가 명확하다"면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판단해도 무리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우려를 드러냈다. 통상 국민참여재판은 한 번의 공판으로 선고까지 마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 김씨의 공소시효 적용부터 실제 살인 가담 여부까지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장 부장판사는 "검찰 측 증거만 160개인 데다, 10여명에 달하는 증인을 한 번에 출석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여기에 변호인 측에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며 "이번 사건이 한 번의 국민참여재판으로 모든 절차를 마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행여 재판이 여러 차례 이어지면 배심원의 비밀유지도 어렵게되는 등 대단히 부적절한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를 향해서는 "지인에게 들은 얘기를 방송에서 말한 것일 뿐 실제 살인사건과는 무관하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잘 인지하고 있다"며 "수사기관과 달리 법원은 다르다. (검찰처럼) 확증 편향을 갖은 상태로 바라보지 않는다고 약속한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잘 고민하길 바란다"고 타일렀다.

 이에 김씨는 "다음 준비기일까지 고민해보겠다. 현재 국선인 변호인도 사선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답했다.

 검찰 역시 "국민참여재판을 해도 무방하다는 기존 의견을 재검토해 다음 준비기일 전까지 답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3일 오후 2시 이번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할지, 일반재판으로 할지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48분쯤 제주시 삼도2동 북초등학교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승용(당시 44세)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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