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설치 금지' 규정에도 왜 오름을 선정했나

'레이더 설치 금지' 규정에도 왜 오름을 선정했나
국토부 "건설 가능 여부 판단은 제주도 몫" 책임 떠넘기기
과업지시서엔 후보지 선정 단계서 법적 가능 여부 검토해야
  • 입력 : 2021. 10.20(수) 18:19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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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오름에선 레이더와 같은 무선설비를 설치할 수 없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왜 기생화산인 삼형제오름을 레이더 건설 부지로 선정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건설 후보지로 오름을 제안한 용역업체는 제주도 관계부서와 협의할 때 문화재청 허가 대상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 기생화산에 대한 레이더 설치 금지 규정에 대해선 듣지도 못했다며 제주도 탓만 했고, 발주처인 국토부도 인·허가 권한은 전적으로 제주도에 있다며 책임을 미뤘다.

국토부가 2019년 11월25일 공고한 '제주 남부지역 항공로레이더 장비실 및 부대시설 신축설계용역' 긴급 입찰 공고에 따르면 1100고지 인근 삼형제오름이 레이더 건설 예정지로 선정된 시기는 이 무렵으로 추정된다. 국토부는 공고에서 긴급 입찰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설치 후보지가 1100고지 일원으로 결정됨에 따라 장비실 신축이 필요하고, 적기에 발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레이더 건설 예정지는 이보다 앞서 그해 4월 발주된 '제주 남부지역 항공로레이더 현대화 실시설계 용역'(이하 현대화 용역)을 통해 선정됐다. 국토부는 20일 본보와 통화에서 "용역 결과 1100고지 인근이 레이더 건설 최적지로 제시됐다"고 밝히면서도, 구체적 선정 이유가 나온 용역 보고서에 대해선 보안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또 국토부는 자신들은 건설 허가만 신청했을 뿐 오름에서의 레이더 건설 가능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인·허가권을 쥔 제주도가 해야 한다며 이번 논란의 책임을 제주도에게 떠넘겼다.

후보지 선정 용역을 맡았던 A업체도 국토부와 비슷한 입장이다. A업체 관계자는 '제주도 보전관리 조례는 기생화산에선 전파법에 따른 무선설비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왜 삼형제오름을 레이더 건설 예정지로 국토부에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성능 확보 측면에서 최적지들을 검토한 것"이라며 "후보지 선정 과정에서 제주도 관계부서와 논의할 때 (건설 예정지가) 문화재 현상변경허가 대상이라는 말만 들었지만, 이 곳이 오름이라거나 오름에서는 레이더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건설 인허가에 대한 검토는 후보지 선정 용역이 아니라 건축 실시 설계 용역 단계서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국토부와 용역업체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화 용역 과업지시서에는 후보지에서 레이더 건설이 법적으로 가능한 지를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당시 과업지시서에서 "최종 설치 후보지가 (현재 운용중인) 제주 동광 2차 감시레이더(SSR) 사이트 내부 또는 외부로 선정될 경우 해당 부지에 설치하는 것이 관계 법령 및 행정상 허용되는지 여부를 검토하라"고 주문했었다. 또 "관계법령에 따른 건축기준 및 건축제한, 그 완화에 관한 사항 등을 고려해 최종 후보지가 건축 가능한 건축물의 형식이나 규모 등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법적 책임 소재를 떠나 애초 후보지 선정에서부터 보전지역 오름에 대한 레이더 설치 금지 규정을 제대로 검토했다면 이번 논란은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이 때문에 나오고 있다.

한편 국토부는 내구연한(14년)이 도래한 서귀포시 동광레이더를 최신 기술이 도입된 레이더로 교체하겠다며 서귀포시 색달동 한라산 1100고지 삼형제오름에서 공사를 진행해왔지만 최근 불법 건축 허가 논란이 일자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또 제주도는 항공로 레이더 시설에 대한 건축 허가가 적법했는지에 대해서 재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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