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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 품고 다시 도약하는 제주문학 거점으로"
'제주에 부는 문학의 바람' 제주시 도남동서 도립 제주문학관 개관식
제주문학사 상설전과 작고 문인 3인 특별전… 초대 명예관장 강용준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10.23. 16: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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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명예관장의 안내로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과 도종환 국회의원 등 내빈들이 상설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이상국기자

"얼어붙은 겨울을 뚫고 노란 꽃잎을 밀어 올리는 복수초의 강인한 생명력처럼 제주문학관은 다시 도약하는 제주문학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이제 그 길에 다다르는 작은 이정표 하나를 세웁니다."

2003년 제주 문학단체에서 제주문학관 설립을 공론화한 이래 무려 18년 만에 결실을 맺은 제주도립 제주문학관. 23일 제주시 도남동에서 개관한 제주문학관의 상설전시실은 이런 문구로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제주 문학인 등 제주도민들의 염원과 오랜 기다림 끝에 제주문학관이란 건물이 지어졌다면 이제는 "제주도의 문학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해 제주문학사를 정립하고 제주 문학발전에 이바지"하는 제주문학관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알차게 그 속을 채워나가자는 바람과 다짐을 눌러쓴 말로 읽혔다.

제주문학관 개관식에서 주최 측과 내빈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창남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장, 제주문학관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종형 제주민예총 이사장, 도종환 국회의원,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 강용준 제주문학관 명예관장, 김선영 제주예총 회장, 문경운 제주도의회 의원, 강성민 제주도의회 의원,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이상국기자

최현식, 양중해, 김광협 등 작고 문인 3인 회고전으로 꾸민 기획전시실 특별전. 이상국기자

이번 개관식은 '제주에 부는 문학의 바람'을 주제로 문학관 야외 마당에서 진행됐다. 서귀포 김용길 시인이 축시 '바닷길 열린 땅으로'를 낭송하며 문학관 개관을 축하했고 제주문학관 건립에 도움을 준 도종환 국회의원과 제주문학관에 귀한 자료를 기증한 이문교 전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정인수 시인의 유족, 민속학자인 현용준 선생 유족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은 기념사에서 "제주문학관이 제주 정신의 보물 창고가 되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문학진흥법 제정을 이끌며 공립 제주문학관 조성을 지원했던 도종환 의원은 축사를 통해 "비로소 제주문학을 담아낼 그릇이 완성되었다"며 문학 전문인력 확충 등을 당부했다.

지상 4층 규모인 제주문학관은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세미나실, 소모임 공간, 문학인들의 집필실로 제공될 창작공간(4실), 시청각실, 대강당, 수장고 등을 갖췄다. 제주문학의 집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제주문인협회, 제주작가회의도 입주했다.

시대별 제주문학의 흐름을 담아낸 상설전시실. 이상국기자

제주문학관 전경. 이상국기자

상설전시실(2층)은 시대별, 주제별로 제주문학사를 살필 수 있도록 했다. 근현대문학에서는 1910년대 이후 일제강점기의 문학적 대응을 시작으로 해방과 전란기의 문학(1945~1954), 문단의 형성과 전개(1950~60년대), 정체성 강화와 사회적 확대(1970~80년대), 문단의 확장과 다양한 모습(1990년대 이후)으로 나눠 시대별 흐름을 담았다. 제주어문학, 유배문학, 4·3문학, 바당문학 등 주제별 제주문학 역시 섬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한 제주문학관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제시했다.

기획전시실(1층)에서는 개관 기념 특별전으로 제주문학 속 작고 문인 3인을 조명하며 제주 현대 작가를 회고하는 '산, 바람, 바다가 품은 섬의 문학' 주제전을 준비했다. 12월 31일까지 예정된 이번 특별전에는 함경남도 함흥 출신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제주에서 피난 생활을 했고 군 제대 후 제주에 정착한 '먼 산'의 소설가 최현식(1924~2010), 가곡 '떠나가는 배'의 작사가로 유명한 제주시 화북동 태생의 시인 양중해(1927~2007), '돌할으방 어디 감수광' 등으로 제주어 문학의 가능성을 일찍이 탐색했던 서귀포 호근동 출신의 시인 김광협(1941~1994)의 문학 세계를 드러냈다. 6권의 시집과 2권의 번역 시집을 냈고 창작과 이론에 두루 관심을 가졌던 김광협에 비해 최현식·양중해는 과작(寡作)인 편이나 신문 연재물, 유품 등을 통해 작가의 면모를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제주문학관은 앞으로 제주도 조직개편에 맞춰 문화정책과 내 별도 팀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지금은 학예직 2명, 공무직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제주문학관 설립 조례에 따른 초대 명예관장은 희곡 작가이자 소설가인 강용준 제주문학관 운영위원장이 위촉됐다. 현재 제주문학관이 소장한 자료는 기증과 매입을 포함 1170여 점에 이른다.



"지역 문인들 자족적 공동체 아닌 독자와 만나는 곳으로"
개관 행사 앞서 '제주문학관 어떻게 나갈 것인가' 세미나
"문학연구 거점 분담 등 문학전공 박사급 인력 배치 필수"


개관 행사에 앞서 지난 22일 열린 '제주문학관 어떻게 나갈 것인가' 주제 세미나. 진선희기자

개관 행사에 앞서 지난 22일에는 제주문학관 강당에서 '순이 삼촌'의 현기영 작가 초청 문학 특강, '제주문학관 어떻게 나갈 것인가' 주제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이현식 전 한국근대문학관장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왜 설립했고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 주제 발표에서 "인간이 타자와 함께 공존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인간의 자기 성찰 능력에 기초하고 있는 예술 장르"인 문학의 중요성과 문학관의 역할을 소개하며 이를 위한 전문인력 확보와 적정한 관리 인력 배치를 주문했다. 또한 "문학관이 지역 문인들의 자족적 공동체가 아니라 독자, 시민과 만나는 곳이 되도록 사업을 기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립한국문학관 사무국장을 지낸 정우영 시인은 '문학진흥법 시대, 문학관의 위상과 기능' 주제 발표를 통해 공립문학관 조례를 정교하게 만들고 그것을 근거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공립이든 사립이든 그 문학관만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고유성을 띠지 않으면 위상을 제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윤 제주대 국문과 교수는 '제주문학관의 역할을 생각한다' 주제 발표에서 "제주도는 소중한 문학적 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것을 지역 안팎으로 확산시키고, 그것을 다시 제주문화 활성화의 추진력으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면서 "이는 지역문학의 성과와 전통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사와 연구의 역할이 약했다는 것을 뜻한다. 제주문학관이 문학연구의 거점을 분담하고 기획전시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제주문학을 전공한 박사급 인력이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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