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대화 등 반응 통해
스스로 먹고 싶도록 해야
낯선 음식 어려운 게 당연
시장 보기 등 경험 도움돼
입력 : 2023. 06.22(목) 14:23 수정 : 2023. 06. 26(월) 14:05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맛보는 음식을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먹고 싶은 기분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잘 자는 것과 함께 '잘 먹는 것'은 성장에 있어 중요합니다. 아이가 잘 먹지 않는다면 부모로서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요. 식사 시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과 식탁 안에서의 배움이 고민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 네. 사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태어나서부터 말이지요. 젖이나 우유를 먹일 때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잘 먹고 있는지, 배불리 먹었는지 반응해 주는 게 시작입니다.
아이가 밥을 먹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이유식'기에도 이런 반응은 필요합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우유 말고 다른 음식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니 더 먹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런 음식도 있어. 한 번 맛볼래? 엄마도 한 번 먹어볼까"처럼 말이죠. 아이와 함께 먹는 즐거움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지요.
|"이유식 만들며 이야기 나눠요"
이유식을 2~3시간 들여 만들었는데 잘 먹지 않는 아이. 그럴 때 부모는 힘이 빠집니다. 화가 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이 입장에선 어떨까요. 처음 접하는 맛과 냄새인데 무조건 먹으라는 부모. 맛있다는 생각이 들 수 없습니다.
이유식은 아주 고급지고 좋은 음식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데 너무 애쓰는 것보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반응해 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게 바로 아이를 잘 먹이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유식을 준비할 때는 처음부터 만드는 과정을 공유하며 이야기해 보세요. 아이의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게 해 놓고 이유식을 만드는 걸 보거나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그러면서 얘기합니다. "엄마(*상황에 맞는 호칭)가 이유식을 만들고 있는데, 당근을 넣었어. 그 다음엔 버섯을 넣을 거야. 우리 가치(*아이 이름) 주려고 열심히 만들고 있네."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연스레 전처리 과정을 보며 음식 냄새를 맡기도 하고 부모가 자신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편식 고민이라면? "경험 늘려주세요"
아이의 편식이 고민이라면 식재료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늘려주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에 한 방송에서 본 장면이 생각나는데요. 평소에는 당근을 안 먹는 아이들인데, 아빠가 당근으로 자동차를 만들며 놀아 주니 남은 조각을 함께 먹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겠지요.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시장'에 가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메뉴를 정하고 거기에 들어갈 재료를 직접 사 보는 거지요. 카레라이스를 만든다면 당근과 감자를 손수 고르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 보는 겁니다. 그러면서 물건을 파는 분에게 이 채소는 언제 어디에서 온 건지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 어떤 현장보다 좋은 체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같이 장을 본 뒤에는 요리도 함께해 보세요. 케이크 칼처럼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 만한 도구로 재료도 썰어볼 수 있도록 하고요. 이렇게 놀이처럼 다양한 식재료를 접하면 안 먹었던 음식에도 도전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음식의 영양소를 말로만 가르치는 것보다 직접 보고 느끼고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요.
아이의 편식이 고민이라면 '시장 보기'처럼 다양한 식재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주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이만 '혼밥'? "함께 식사하세요"
한 번은 아이가 너무 안 먹어서 고민이라는 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장 먼저 물어본 게 "아이는 누구와 밥을 먹나요"하는 거였습니다. 돌아온 답은 "아이를 먹이려면 내가 먹을 시간이 없으니까 오로지 아이에게만 집중해서 먹인다"는 거였지요. 아이에겐 '혼밥'이나 다를 게 없는데 과연 맛이 있을까요.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했다면 더더욱 식사 시간을 '분리'하지 말고 함께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은 눈으로 보면서 몸으로 배우기 때문이죠.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엄마 아빠의 표정, 다양한 종류의 음식 모습과 냄새, 더하여 식감까지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는 법부터 음식을 잘 씹고 먹어야 한다는 것까지 말이에요.
배움은 식탁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가족들과 다 함께 밥을 먹는 경험을 통해 자연스레 식사예절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음식을 먹는 게 재밌고 기분 좋고 행복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고요.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기자
한라일보 가치육아. 한라일보 DB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