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육아 - 이럴 땐] (25)
아이가 안 쓰던 욕을 하고 비속어 쓴다면
잠시 멈추고 어디서 들었는지 생각해 봐야
아이 말 따라 하지 말고 이유별 대처 중요
입력 : 2023. 10.26(목) 14:39 수정 : 2023. 10. 29(일) 09:43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아이가 욕을 하거나 비속어 등을 썼더라도 지나치게 나무라서는 안 됩니다. 아이가 어디에서 그 말을 들었을지 생각한 뒤에 조용히 불러 이야기 나눠 보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라일보]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말에서 주위 환경이 보입니다.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라면 아이도 똑같이 긍정적인 말을 쓰지만, 그렇지 않으면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말은 한 번만 들어도 강하게 남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평소에 안 하던 욕을 하거나 비속어를 쓴 상황입니다. 이때 부모는 너무 크게 반응하지 말아야 합니다. 단순히 어디선가 들은 것을 따라 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때 지나치게 나무라면 자칫 인격까지 모독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설령 나쁜 말을 했다고 해도 그걸 듣는 부모는 잠시 멈추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가 어디에서 들었을지 말입니다. 그런 뒤에 조용히 아이를 불러서 말합니다. "가치야(*아이 이름), 아까 사용했던 말 있잖아. 평소에 네가 쓰지 않는 말이었는데, 그 말을 들어서 엄마(*상황에 맞는 호칭)가 깜짝 놀랐어"라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야", "듣는 사람은 기분이 나쁘대"라며 "다음부턴 사용하지 않도록 하자"고 이야기해 줘야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아이가 한 욕설이나 비속어 등을 똑같이 반복해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부모가 "너 뭐라고? '씨X'라고 했지? 그거 나쁜 말이야!"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부모도 나쁜 말을 내뱉은 게 됩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듣는 욕은 음성이 더 크게 들리고, 뇌리에 강하게 박힐 수 있습니다.
|방어기제로 욕하는 아이… "'힘들지?' 물어주세요"
아이가 습관적으로 욕을 한다면 이유를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친구와 관계 맺기를 위해 욕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로 욕을 하기도 합니다. 단순히 장난처럼 욕을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를 대하는 자세도 이유에 맞게 조금씩 달라져야 합니다.
이 중에 가장 위급한 것은 방어기제로 욕을 하는 경우입니다. 비교적 어린 6살에도 침을 막 뱉고 욕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집에서나 평상시에는 괜찮다가도 특정 상황에서 욕을 한다면 어떤 문제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부모, 형제와의 관계가 안 좋거나 학대, 방임처럼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비슷한 행동이 나오기도 합니다.
아이가 습관적으로 욕을 한다면 이유를 살피는 것도 중요합니다. 부모, 형제 관계가 안 좋거나 학대, 방임 등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로 욕을 할 수 있습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런 아이들에게 가장 해 줬으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너 많이 힘들구나", "뭐가 이렇게 너를 힘들게 했을까?"라는 말입니다. 욕이라도 해서 자기를 방어하려는 아이에게 "욕 하지마"라는 말은 "너는 못됐어", "넌 쓸모없는 아이야"라고 말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무엇이 힘든지, 어렵거나 속상한 일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화가 날 만큼 힘들었나 보네"라고 감정을 알아주는 게 우선입니다.
이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두 가지가 '나 자신을 해하는 것', '남을 해하는 것'입니다. 욕을 하는 것은 이 둘 모두에 들어가는 일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다만 이때에도 "하지 마"보다는 "당장 이런 말을 안 쓰기는 어렵겠지. 하지만 네가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줄여가도록 노력하자"라고 말해 주세요. 또래 안에서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아이에게도 이렇게 말해 준다면 스스로 나쁜 말을 줄이려 노력하고 언어 습관을 고치는 시작을 이끌 수 있습니다.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육아 - 이럴 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