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 02.15(목) 15:42 수정 : 2024. 02. 18(일) 09:47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영유아기는 '주의 전환' 가능 스마트폰 대신 놀이 환경 중요 스마트폰 지나친 사용 악영향 문제 인식하고 다함께 대화를
[한라일보] 이전에도 강조했지만 스마트폰과 같은 미디어 노출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습니다. 특히 영유아기에는 접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오감을 사용하며 몸으로 배워나가는 시기를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을 접했다면 단번에 끊어내기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마트폰보다 재밌는 걸 찾아주세요"
영유아기는 부모와의 타협이 어렵지만 '주의 전환'이 가능한 시기입니다. 스마트폰보다 재밌는 게 있으면 관심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게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바깥 놀이터를 찾아 신나게 뛰놀거나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만드는 것처럼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해 보는 겁니다.
활동적인 놀이가 어렵다면 손잡고 동네를 걸어보세요. 아이가 알고 있는 노래도 부르고 친구 이야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물어보고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며 걷기도 하고요. 그렇게 스마트폰 없는 시간을 함께 보내 보세요.
아이와 놀 때는 엄마와 아빠도 스마트폰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부득이하게 휴대전화를 써야 한다면 아이에게 이유를 말해주세요. "가치(*아이 이름)야, 이모가 전화가 왔네. 잠깐만 통화할게"처럼 말입니다. 급히 스마트폰으로 일을 처리할 때도 아이가 듣든 안 듣든 설명해 주는 게 좋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아, 휴대전화는 저런 용도로 쓰는구나'하고 말이지요. 부모가 접하는 만큼 아이도 접합니다. 부모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면, 아이도 게임을 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쯤 됐다면 단순히 "하지 마"라는 말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할 수는 없습니다. 함께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마음 터놓고 대화해 보세요"
아이가 초등학교쯤 됐다면 단순히 "하지 마"라는 말로 스마트폰 사용을 제지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에겐 친구처럼 소중하고, 떨어지기 어려운 존재가 돼 버린 상황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을 때 편안하다면, 그 마음은 인정해 줘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문제입니다. 엄마 아빠부터가 심각성을 인식·공유하고, 아이와 의견을 주고 받아야 합니다.
서로의 의견을 나눌 때는 온전히 함께 모이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일주일에 한 번 가족회의나 가족 모임을 열어 대화의 장으로 삼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와 얘기하기 전까지 부모는 '그동안 나는 어떻게 했는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모여서 얘기하는 겁니다.
이때 부모의 말은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아이 앞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많지 않았던 부모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그동안 네 앞에서 핸드폰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런 모습이 비쳤나 봐. 그래서 가치가 핸드폰을 너무 좋아하고 계속하게 만들었지 않나 미안한 마음이 드네. 걱정도 되고."
스마트폰이 필요할 때는 언제인지 목록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언제 어떨 때 핸드폰을 쓰는지 서로 터놓고 얘기해 보는 겁니다. 그때는 아이가 어떤 말을 하든 "그렇구나" 하며 믿어주세요. 그래야 아이는 부모에게 말한 것과 다르게 스마트폰을 쓸 때 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고, 이것 또한 새로운 경험으로 남습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한다면 부모가 먼저 문제를 인식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 보세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할 수 있는 일' 함께 정하고 실천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아이와 부모가 서로 '할 수 있는 일'을 말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와 부모가 매일 오후 9시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기로 정하고(스마트폰은 특히 질 좋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 일주일 뒤에 다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면 이를 지키는 겁니다. 그런 다음 일주일이 지났을 때 그동안 어땠는지 말해보고 좋은 점, 불편한 점 등을 찾으며 조금씩 서로의 변화를 느껴보는 거지요. 그전까진 눈치를 주지 않고 온전히 아이의 선택과 책임에 맡겨야 합니다. 부모부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는 데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 것을 단 10분, 30분 참은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아이에게도 그 마음을 전하며 격려해 주세요. "엄마도 휴대폰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잠깐 흔들리기도 했는데, 네가 약속한 시간을 참는 걸 보니 참 대견하더라"라고 말이지요. 이렇게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며 지내는 동안에는 의미 있는 일을 찾아보고, 계속해서 격려가 담긴 대화를 나누면 더 좋습니다. 상담=오명녀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장, 취재·글=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가치육아- 이럴 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