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 11.09(목) 16:46 수정 : 2023. 11. 12(일) 12:21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영유아기 때 안정감, 편안함, 행복함을 충분히 느끼지 못 한 아이는 커 가면서 '중독 위험' 등에 노출될 확률도 커지게 됩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엄마 뱃속에서부터 태어나서까지 부모와의 눈맞춤·대화 등을 통한 안정감·편안함·행복감 충족 중요 마음부자의 또 다른 전제는 '조율' "끊임없이 기회 주면서 믿어줘야"
[한라일보] 요즘 청소년, 10대들의 '중독'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중독의 종류도 스마트폰, 약물, 관계, 성형 등으로 다양하고 한 번 빠지면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런데 '마음 부자'인 아이들은 이러한 '중독 위험'에 맞서 견디는 힘이 크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 어떻게 하면 '마음 부자'로 키울 수 있을까요.
|영유아기 안정감, 가장 중요
중독을 겪어본 사람들에게 당시의 느낌을 물으면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뭔가 모르게 기분이 좋고,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고 말입니다. 그 느낌을 느끼기 위해 더 무언가에 중독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이러한 감정이 형성되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구름 위에 앉은 것처럼 정말 편안한 마음이 드는 시기 말입니다. 뇌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영유아기'라고 말합니다. 이 시기에 이런 '감(感)'을 충족 받지 못한 아이들은 편안함에 취하고 싶어서 중독에 빠질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유아기 때 느껴야 할 것을 제때, 충분히 느껴야 합니다. 이는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고, 반드시 줘야 하는 겁니다. 안정감, 편안함, 행복감 같은 느낌 말입니다. 엄마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고 보고 싶고, 가족을 떠올리면 편안하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는 마음이지요.
그런데 부모가 이를 놓치게 되면 아이들은 주변을 겉돌고 방황하게 됩니다. 마침내는 걷잡을 수 없는 개인주의가 되거나 중독처럼 위험한 손짓에 쉽게 빨려 들어가기도 합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세상에 나와서까지 아이들에게는 안정감이 중요합니다. 울고 보챌 때도 부모가 눈을 맞추며 반응해 주고 토닥이며 안아주고 말을 건넬 때 아이는 비로소 '이 세상은 괜찮은 곳이야'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때 안정감과 편안함이 충족된 아이는 욕구, 감정 등을 조절하며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채우지 못한, 빈 구멍으로 자꾸만 빠지는 아이의 모습과는 분명히 다를 겁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부모가 반드시 줘야 하는 것은 '안정감'입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마음 부자'는 삶의 조율자
그렇다면 마음이 부자인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때 '부자'라는 말이 무조건 베푸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손해를 보는데 다른 사람만 괜찮은 일이 계속되면 속상해집니다. 나도 괜찮고 다른 사람도 괜찮아야 합니다.
마음 부자의 또 다른 조건은 '자기 조율'입니다. 스스로 화가 났을 때 무엇 때문인지 알아차린 뒤 감정을 다독일 수 있고, 누구와의 관계에서도 편견 없이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조율이 잘 된 사람은 설령 다른 사람이 관계를 망치는 대화를 하더라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자신은 상처를 받지 않고, '저 사람이 지금 많이 화가 났구나', '내가 좀 기다리자'라는 마음의 여유도 있습니다.
살면서 받는 도움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만 해도 그렇습니다. 새로 지어진 집을 내 돈을 주고 샀다고 해도, 한 예로 전기나 수도 등이 들어올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은 따로 있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도움을 주고 받으며 연결돼 있는 것처럼 혼자서는 살 수 없습니다.
많은 도움을 받고 산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나 또한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게 되고 서로 도우며 살고 싶어집니다. 마트에서 계산하고 나오며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거나 상대에게 눈을 맞추며 미소를 띄우는 것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기여하는 게 아닐까요. '마음 부자'의 삶의 모습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눈을 맞추고 대화하는 아빠와 아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모가 앞서가지 마세요"
아이를 마음 부자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앞서가면 안 됩니다. '이거 해줄까, 저거 해줄까?', '이거 먹을래, 저거 먹을래?'라고 묻는 것처럼 말입니다. 부모는 조금 뒤에서 '너는 어떤 거 먹고 싶어? 엄마는 이거 먹고 싶은데. 넌 어때?' 이렇게 물어보면서 조금씩 조금씩 같이 가야 합니다.
아이가 걸음을 떼기 시작하면 살짝 뒤에 서야 합니다. 가르치려는 마음을 내려놓은 채 말입니다. '이 책은 이런 내용이야'처럼 부모가 아는 것을 설명해 주는 것보다 '엄마는 잘 모르겠는데, 같이 찾아볼까'라고 말입니다. 아이와 박물관을 가기로 했다면 여러 곳 중에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부모가 아이를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기회를 주고 맞춰 나가는 겁니다. 온전한 믿음, 신뢰도 줘야 합니다.
결국에는 이 역시도 '조율'입니다. 자기 생각으로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지도록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이는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게 하고, 청소년기에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도 중요합니다. 마음이 부자이고 단단한 아이는 발달 단계에서 어려운 문제가 주어질수록 더 잘 풀어 나갈 수 있습니다. 상담=오명녀 센터장, 취재·정리=김지은 기자, 영상=신비비안나 기자
한라일보 '가치육아 - 이럴 땐'
◇가치 육아 - 이럴 땐
한라일보의 '가치 육아'는 같이 묻고 함께 고민하며 '육아의 가치'를 더하는 코너입니다. 제주도육아종합지원센터 오명녀 센터장이 '육아 멘토'가 돼 제주도내 부모들의 고민과 마주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영유아 양육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고민이 있다면 한라일보 '가치 육아' 담당자 이메일(jieun@ihalla.com)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