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국회 사무총장(가운데)과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오른쪽) 등 국회 관계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대한 탄핵소추의결서 등본을 대통령실에 송달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민원실로 들어가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천 길 낭떠러지 위에 서게 됐다.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며 제1 야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꿰찼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박빙의 대결을 벌인 끝에 대권을 잡았다. 정치권에 투신한 지 8개월여 만이었다.
그러나 초고속으로 정점에 오른 윤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라는 자충수를 둔 지 11일 만에 자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윤 대통령이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윤 대통령은 국정원과 국방부를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다 박근혜 정부와 정면충돌한 끝에 대구고검으로 좌천당했다.
그때 남긴 말이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외압 사실을 폭로하면서 한 이 발언으로 윤 대통령은 대중의 뇌리에 '강골 검사'로 자리 잡았다.
박근혜 정부 후반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검팀에 합류해 재기의 날개를 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윤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정면충돌했고,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를 누르고 대선 후보로 직행했다. 그리고 2022년 3월 9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0.73%포인트 차이로 꺾고 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두 정권에 걸쳐 살아 있는 권력과 맞선 끝에 자신이 권력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기준 취임 첫 주 52%를 기록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으며, 탄핵 직전 주에는 11%를 기록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탄핵 소추 직전까지 윤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야당은 김 여사 일가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과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지난해 말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이 불거지고, 올해 9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고 폭로하면서 김 여사 리스크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났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대화와 타협보다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압도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은 네 차례에 걸친 김 여사 특검법 등 여러 법안을 단독 처리했고, 윤 대통령은 그럴 때마다 재의요구권(거부권)으로 맞섰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5건의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12년간 재임한 이승만 대통령의 45건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여기에 감사원장, 방송통신위원장, 행정안전부 장관 등 고위 공직자와 검사에 대한 탄핵까지 이어지면서 윤 대통령과 야당의 갈등은 극으로 치달았다.
윤 대통령은 여당과도 불화했다.
지난해 12월 여권 주류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했던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앉히는 데 성공했다.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겨냥한 것이었지만, 양측 관계는 급속도로 틀어졌다. 이 역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차가 결정적이었다.
윤-한 갈등이 빚어낸 파열음은 당 외부로 흘러 나갔고,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참패했다.
여당은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로 분열했고, 친한계의 이탈은 탄핵 가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야당과의 충돌, 당정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갖가지 의혹까지 꼬리를 물자 윤 대통령에게는 강골 검사 이미지는 사라지고, 불통과 고집이라는 부정적인 그림자가 뒤따르게 됐다.
윤 대통령은 차츰 배타적으로 변모했다.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국무위원이 계엄에 반대했지만, 윤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고립을 자초한 윤 대통령은 결국 비상계엄 선포라는 무리수를 선택했고,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안 의결로 6시간 만에 계엄 사태가 종료되며 스스로 독배를 마신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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