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라이프]동네서점 "책 한권 팔기가 힘들어요"

[이슈&라이프]동네서점 "책 한권 팔기가 힘들어요"
  • 입력 : 2002. 01.08(화) 12:06
  • /진선희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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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겨울, 도내 서점가는 이 계절의 날씨처럼 을씨년스럽다. 최근 몇 년 새 책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문을 닫는 서점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때, 제주지역도 그 바람을 비켜서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99년말 회원 서점수는 4천8백개. 하지만 이듬해 2천년말에는 3천3백개로 서점수가 줄었다. 1년 동안에 1천5백개의 서점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지난 한햇동안에도 6백개가 넘는 서점이 문을 닫은 것으로 조사돼 업계가 처한 현실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고 있다.
 제주지역은 다행히 최근 1∼2년 새 문을 닫는 서점이 거의 없었다. 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서점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거나 평년 경기를 유지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50개 정도로 조사되는 도내 서점들은 현재 "문을 닫을 지경인데도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봐야 옳다.
 서점가에서는 우선 최근의 현상이 인터넷 서점의 등장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오프라인보다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을 통해 책을 구입하는 독자층이 증가하면서 가까운 서점으로 향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 문을 닫는 동네 서점이 늘고 있는 추세 한편에 인터넷 서점의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여주는 구체적 수치도 나와있다. 책값 할인을 10%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 관련 법안 통과여부에 서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형매장에서 이루어지는 도서 할인 판매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베스트셀러나 아동용 도서인 경우 할인매장을 방문했을 때 구입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교육 환경의 변화로 동네 서점에서 잘 팔렸던 학습참고서 구매가 '팍' 줄어든 것도 업계에서는 영업 부진의 한 원인으로 꼽는다.
 제주시 도남동에서 도남서적을 운영하고 있는 김홍기씨는 "지난 99∼2000년의 경우 하루 20∼30권 정도의 단행본이 팔렸다. 하지만 최근엔 하루에 책 한권을 팔기도 힘이 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점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1∼2년새 매출이 평균 50% 정도 하락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39개의 회원사가 가입해 있는 제주도서점조합 등에서는 독자들의 발길을 서점으로 돌리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북카페를 설치해 서점을 찾는 독자들이 편하게 책을 읽게 하거나, 저자와 독자와의 대화를 마련하는 방안, 기관이나 단체와 연계한 적극적인 독서캠페인 전개 등이 한 예다. 이는 시민들이 언제든 즐겨찾는 문화사랑방으로 서점을 운영해나가겠다는 취지다.
 박경호 한라서적타운대표는 이와 관련 "오프라인 서점의 경우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쉼터로 가꿔나가면서 온라인 서점과 차별화하는 방안으로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서점 대형화 추세와는 별도로 구비 도서를 다양화하는 등 구색을 갖춰놓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독자를 잡으려는 서점가의 이같은 움직임에 업계 스스로 제동을 거는 사례가 있어 분발이 요구된다. 국내 첫 24시간 서점 영업, 서점 자체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 할인 판매, 일요일 영업 등이 축소 혹은 폐지된 사연이 업계 내부의 반발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각 사례들은 업계간 지나친 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영업손익을 제대로 따져보기도 전에 삐그덕거린 경우가 많았다. 어느 서점 관계자는 이를 두고 ‘영세한 서점업계의 한계’라고 했지만 이즈음의 서점 풍경을 떠올려보면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결단이 더욱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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