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세계유산으로(59)/제5부 세계자연유산 제주, 이제부터 시작이다](4)용암동굴 보존·관리

[제주를 세계유산으로(59)/제5부 세계자연유산 제주, 이제부터 시작이다](4)용암동굴 보존·관리
후속 계획 보존관리부터 서둘러야
  • 입력 : 2007. 08.10(금)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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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용암동굴에 대한 국제 전문가그룹의 호평은 앞으로 제주 용암동굴의 보존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벤트나 경제적 활용에 앞서 보존관리를 체계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사진은 용천동굴 내부. /사진=한라일보 DB

이벤트·경제적 활용 앞서 보존·관리대책이 시급
동굴 환경변화 등 체계적 조사·점검시스템 구축
학술조사 빈약·대부분 용역보고서… "분발해야"
5년마다 조사보고서 제출 의무화 등 과제 산더미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대해 세계유산위원회에 등재권고 의견을 낸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은 보고서를 통해 제주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용암동굴이라고 강조했다.

IUCN은 "용암동굴은 세계 화산지역 대부분의 현무암질 지대에서 관찰되고 있다"며 달은 물론 화성, 수성, 금성 등에서도 관찰된다고 전제, 제주 용암동굴의 특징을 매우 함축적으로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의 동굴들은 그 길이나 양적 규모, 복잡한 통로구조, 동굴 내부의 용암지형이 잘 보존되고 있다는 점, 다양한 장관을 이루는 탄산염 2차 생성물, 접근 용이성, 그리고 과학 및 교육적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세계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호평했다.

# 선결과제는 무엇인가

제주 용암동굴에 대한 IUCN의 호평은 앞으로 제주 용암동굴의 보존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IUCN은 "유산 관리가 해당국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라며 "관리 역량과 예산을 장기적 차원에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IUCN은 보다 구체적으로 유산지역 내에 위치한 사유지 매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유산 지역을 방문하는 많은 수의 탐방객과 상업활동 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전시성·일회성 이벤트나 관광 등 경제적 활용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를 경계하고 있다. 세계유산의 등재는 활용에 앞서 보존관리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와 문화재청 등 관련당국의 세계유산에 대한 정책 초점이 우선적으로 보존관리에 맞춰져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달 국제 워크숍에서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효과적인 보전과 관리를 위해 이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역과의 국제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전문가 그룹에 의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제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다.

실제로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대한 실천을 비롯해 정부에 의한 법·제도적 정비는 물론 지원 및 협력체제, 유산지구의 관리운영실태, 모니터링에 대한 보고서를 5년마다 세계유산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 문제는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라 등재가 확정된 이후 즉각적이고도 세부적인 계획에 의해 착실히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용암동굴의 일거수 일투족 등 환경변화를 점검하기 위한 전담 전문가 그룹의 가동이 시급하다.

제주도가 지난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에 지정된 이후 아직까지 이에대한 정기 모니터링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한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는 사실이 우리의 보존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존관리와 정기 모니터링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망신살을 당할 수 있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그대로 입증되고 있어 현실로 닥칠 수 있다.

이미 우리 정부와 제주도는 등재를 추진하면서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관리운영계획서를 통해 등재 이후 무슨 일들을 해야할 것인가를 약속해 놓고 있다. 유산지구 학술조사, 환경변화에 대한 모니터링, 생태관광 활성화 방안, 관람객 증가에 따른 시설이나 환경에 대한 안전평가 등이 주요 내용이다. 만장굴, 일출봉지역 방문자센터 건립, 세계유산센터 건립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단·장기적인 계획도 수립해 세계적인 수준에 맞도록 추진해야 한다.

현재 제주도 용암동굴에 대한 국내·국제학회에 보고된 논문이나 학술보고서는 양과 질 모두 매우 초라한 수준이라는게 전문가 내부의 혹독한 평가다. 용역보고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 때문에 후속 실행계획을 서둘러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실행계획은 탐방객 관리에서부터 동굴의 개방문제, 동굴내 추가 학술조사 등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동굴 개방 어떻게 할 것인가]

전문가 "섣부른 개방은 훼손 부채질" 지적…학술조사·보존관리·탐방객 대책 등 선결


제주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거문오름 용암동굴에 대한 개방 여부가 관심사다.

보존을 위해 개방은 아직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는 시각과 세계자연유산의 핵심 공간을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탐방객들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구간만이라도 공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군은 만장굴, 벵뒤굴, 용천굴, 김녕굴, 당처물 등 모두 5곳으로 이 가운데 현재 만장굴만 일반에 공개되고 있을 뿐 나머지 용암동굴은 보존을 위해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IUCN을 비롯한 국제 동굴 전문가들이 잇따라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학술·경관적으로 세계적 수준이라고 극찬하면서 이들 용암동굴의 개방여부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재 미개방 용암동굴을 현재 상태로 온전하게 보전하기 위해서는 개방 자체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IUCN의 폴 딩월 자문관은 "제주의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은 훼손되기 쉬운 환경이며 출입을 피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호주 출신의 앤디 스페이트 박사는 심지어 "과학적으로도 가급적이면 자제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내 전문가들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우선 제주지역 용암동굴에 대한 기초 학술조사가 매우 미흡한 상황에서 섣부른 개방은 훼손을 심각하게 부채질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방 논의에 앞서 용암동굴에 대한 종합 학술조사를 비롯해 보존관리·탐방객 관리대책 등을 수립하는게 우선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연구와 논의 단계를 거쳐 개방에 대한 명분과 합의를 바탕으로 개방 여부와 개방구간, 개방 방법, 탐방객 관리, 관광객 유치효과 극대화 등에 대한 결론이 도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제주도 역시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한 입장이다. 제주도는 앞으로 전문가들의 자문과 추가 학술조사 등을 거쳐 개방여부에 대해 판단하고 제한적이나마 개방이 필요하다면 적정인원과 개방구간, 첨단 과학기술 도입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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