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현장]농축산물브랜드 경쟁력 '비상'

[이슈 & 현장]농축산물브랜드 경쟁력 '비상'
수입파고 이겨낼 '파워브랜드' 개발 시급
  • 입력 : 2007. 09.10(월) 00:00
  • 김승철 기자 ksc@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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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축산물 우수브랜드 경진대회'에서 입상 경력을 갖고 있는 돼지 브랜드와 '전국 파워브랜드 전시회'에 참여한 바 있는 감귤 브랜드.

전국 지자체 너도나도 브랜드 개발
'청정제주'만 갖고는 차별화 어려워


# 무엇이 문제인가



1백50개를 웃도는 제주의 농축산물 브랜드 가운데 정부가 권장하는 공동브랜드는 22개이고, 나머지 1백30개가 개별브랜드로 분류되고 있다.

각 농협, 소규모 생산자조직, 개별농장별로 브랜드 개발에 나선 결과, 소규모 브랜드 및 유사 브랜드가 난립하고 소비자 인지도도 낮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감귤만해도 각 단위 농협에서 적어도 1~2개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제주감협은 11개의 브랜드로 감귤을 유통시키고 있으며, 제주시농협과 중문농협도 각 9개, 5개의 브랜드를 이용하고 있다.

작목반과 영농법인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농협 제주지역본부는 한라라이와 햇살바람이라는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이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나 파급 효과는 아직 크지 않은 편이다.

제주자치도도 도내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청정제주' 공동브랜드를 지난 3월선보였다. 하지만 이제 막 걸음마단계여서 그런지 사용 농가들이 많지 않다.

차별화된 전략이 모자란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청정 또는 친환경 농산물임을 강조하는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제주지역에서도 단순히 청정지역임을 부각하는 전략을 쓰는 경우가 적지 않아 브랜드 가치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브랜드화를 위한 유통 인프라가 부실한 현실이다.

공동출하·공동정산이 가능한 대규모 거점산지유통센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농가 및 조직간 품질 차이로 농산물 규격화·표준화가 어려운 형편이다. 채소류의 경우 포장화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브랜드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관된 품질관리 및 지속적인 물량공급의 어려움도 강력한 파워브랜드 육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브랜드는 개발보다 어떻게 관리 발전시키느냐가 더욱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제주자치도는 물론 농협 제주지역본부도 브랜드의 전문적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주자치도에는 농축산물 브랜드를 전담하는 부서가 어느 곳인지 헷갈릴 정도다. 농업정책과, 친환경농업과, 감귤과, 축정과, 기업지원과가 제각각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브랜드 통합 관리 및 전문화가 이뤄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 파워브랜드 왜 필요한가



한미 FTA 타결 이후 충청북도는 기존의 도정 핵심과제인 '경제특별도' 건설에 더해 '농업 명품도' 건설을 선언했다. 이 농업명품도의 최우선 역점과제가 다름 아닌 '농산물 명품브랜드 육성'이다.

경기도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1월부터 농산물브랜드 축소·통합작업에 돌입했다. 난립하고 있는 브랜드를 절반으로 줄여 시군의 개별 브랜드를 공동브랜드화하거나 품목별 대표브랜드를 선정, 육성시겠다는 전략이다.

다른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동브랜드의 개발 또는 기존의 소규모 개별브랜드를 광역화하는 통합 브랜드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국의 농협 지역본부들도 연합마케팅 사업과 공동브랜드 육성에 적극 가세하는 형국이다.

이같이 전국의 자치단체와 생산자단체가 브랜드화 전략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제품차별화의 한 방법으로 브랜드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라 외국의 글로벌 파워브랜드와 농업선진국의 농축산물이 국내 시장을 무차별 공략하는 상황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도 한 몫하고 있다.

대형유통매장 등장과 같은 유통환경변화, 유통업자의 파워가 커지고 있는 시장상황에 적극 대처할 필요성도 점증하고 있다. 가격 외에 브랜드도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하는 소비시장의 변화도 브랜드화를 재촉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마디로 농축산물의 유통·마케팅 뿐만이 아니라 농축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적 수단으로 브랜드화 내지 파워브랜드 육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많은 농가들의 참여가 가능한 공동브랜드 또는 광역브랜드 육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이같은 분위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입개방에도 견딜 수 있는 차별화되고 강력한 파워브랜드를 어느 정도 키워내느냐의 여부가 해당 지역의 농축산물과 농축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김승철·문미숙기자





/ 전·문·가·진·단 /



"브랜드화 인프라 구축 급선무"

고성보 제주대학교 교수





고성보 제주대학교 교수는 기존의 제주 농산물브랜드가 너무 엘리트적이라며 혹독한 평가를 내렸다.

일반 감귤농가들은 참여할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너무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하는 브랜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고 교수는 "비파괴선과기로 최고급 감귤만을 골라 이를 브랜드화하는 방식으로는 감귤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며 "감귤의 품질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끌어올릴까 하는 연장선상에서 그리고 다수 농가들의 참여를 전제로 한 브랜드를 개발해 이를 성공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당도 2브릭스 올리기와 같은 허황된 주문을 농가들에게 할 것이 아니라 다소의 노력으로 실천이 가능해 보이는 당도 0.5% 높이기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새콤달콤한 감귤 브랜드를 만들 때 물량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많은 농가와 감귤산업 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일반 농가들이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통합브랜드 내지 공동브랜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예를 들어 평균적인 농가들이 큰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서귀포 전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하는 통합되고 큰 브랜드를 만든 뒤 이를 집중 홍보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농산물 브랜드가 브랜드파워를 갖기 위해서는 "품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옷을 입히는 것이기에 브랜드파워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품질도 좋아야 하겠지만 공동출하·공동정산이 가능할 정도의 거점산지유통센터 등과 같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는 노력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감귤의 이외의 농산물은 브랜드 기반이 더 취약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략은 감귤과 큰 차이가 없겠지만 먼저 연합사업을 통해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하되 이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나간다면 브랜드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브랜드를 위한 관리 및 지원 조례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파워브랜드화에 행정당국의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예산 때문에 아마추어들에게 위탁해 브랜드 디자인을 맡기는 수준으로는 실패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 성·공·사·례 /





블루 다이아몬드, 선 메이드, 워싱턴 사과, 크리스탈 슈가.

모두 미국 브랜드다.

협동조합의 규모화된 공동브랜드와 연합마케팅, 소유·경영의 분리를 통한 효율적인 관리로 세계적인 파워브랜드로 발전시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철저한 품질관리와 전문성을 갖춘 브랜드 관리를 통해서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아이다호 감자'와 '썬키스트', 이스라엘의 '카멜', 뉴질랜드 키위 영농조합의 공동브랜드 '제스프리'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유명 브랜드는 '아오모리 후지사과' '나가노 거봉포도' '돗토리 이십세기배' 등이 있다.

지역명을 브랜드명에 쓰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철저한 규격화 및 품질관리를 생명으로 여긴다. 공동선별 및 공동출하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국내에도 성공사례가 있다.

먼저 '임금님표 이천쌀'이다. 예로부터 임금님에게 진상됐던 이천미는 일등급 쌀의 대명사 처럼 여겨진다. 밥맛 좋은 추천 품종만을 재배하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웰빙 트렌드를 고려해 비료와 농약을 적게 쓰는 친환경 농법을 쓰고 있다.

이천시에 소재한 10개 농협이 함께 출원한 공동브랜드다. 농가와 직접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한 쌀만 이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다. 전국 농산물 파워브랜드 대상을 3회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농협 경기지역본부와 충북농협의 햇사레연합사업도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2002년 복숭아 주산지인 이천 장호원지역과 충북 음성 지역 내 4개 농협인 감곡·경기동부과수·음성·장호원 농협이 모여 햇사레연합사업단을 출범시키면서 시작됐다.

경기농협과 충북농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햇사레 복숭아 출하 촉진을 위한 순회 판촉단'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햇사레복숭아는 지난해 394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중 농협유통 등 대형 유통매장 직거래만도 25%인 100억원에 이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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