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 마을' 카페지기 김익두씨는 인터넷에서 아래아가 살아야 제주어가 산다고 말한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2006년 10월 인터넷 카페 '아래아 마을' 개설
표준어정책에 실종된 아래아 네티즌이 찾아야
돌((ㄷ+아래아 ·+ㄹ月), 몰((ㅁ+아래아 ·+ㄹ)馬), 조(ㅈ+아래아 ·)냥정신, 혼(ㅎ+아래아 ·+ㄴ)저옵서. 아래아가 살아있는 제주어들이다. 그런데, 이 단어를 표기할 때 아래아 대신에 모음 'ㅗ'를 쓰면 어떻게 될까. 그 맛이 달라진다.
방송국 엔지니어였던 김익두씨(67·제주시 노형동)는 아래아를 살리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인 이다. 2006년 10월 인터넷 카페 '아래아 마을'(
http://cafe.daum.net/jejuarea)을 개설했다. 잃어버린 글자, 아래아를 위해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다.
"제주어가 점점 죽어가고 있다. 제주어조례 제정 등 각계에서 제주어를 살리자는 운동이 활발하다. 이것은 그만큼 제주어가 위기에 몰렸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그중에서 제주어를 담을 그릇인 글자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제주어는 아래아가 남아있는 지역어다. 제주 사람들은 더러 아래아가 온전한 제주어를 구사하지만 이를 표기하기는 쉽지 않다. 그는 말한다. 1933년 한글맞춤법통일안이 제정되면서 아래아 글자를 없앴고 이는 곧 제주어를 죽이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여기에 더해 컴퓨터 한글코드가 또한번 제주어를 죽였다고 했다. 컴퓨터를 이용해 '뛝'처럼 좀처럼 쓰지 않는 글자는 입력할 수 있어도 '혼(ㅎ+아래아 ·+ㄴ)저옵서'라는 제주어는 못쓴다. 한글 자판으로 아래아를 입력할 수 없어서다.
인터넷에서 아래아를 쓰려면 이미지를 만들어 붙이거나 혼(ㅎ+아래아 ·+ㄴ)글로 쓴 글을 복사해다 붙여넣어야 한다.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에서 제주어의 알맹이인 아래아가 사라지면서 제주어 표기와 발음이 자꾸 변질되고 있다.
한동안 원더걸스의 '텔미' 제주어 버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지만 아래아가 빠진 제주어 표기였다. 김씨말로는 "잘못 써준 가사로 노래를 한"꼴이었다. 그가 인터넷 카페를 열고 아래아 살리기에 나선 이유다.
"아래아를 대체하는 편법이 필요하다. 편법이라도 찾아야 제주어를 살릴 수 있다"는 그는 한가지 제안을 내놓는다. 아래아 대신 마침표를 이용해 풀어쓰자고 했다. 가령 몰(ㅁ+아래아 ·+ㄹ)은 'ㅁ.ㄹ'로, 조(ㅈ+아래아 ·)냥정신은 'ㅈ.냥정신'으로 표기하자는 것이다. 정식으로 통용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네티즌들이 서로 약속해 사용한다면 아래아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래아 마을'은 제주어 표기법, 제주어 사전,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 제주어 자료실 등 제주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도록 꾸몄다. 1960년대 출판된 것으로 보이는 제주어 회화교재를 입수해 소개한 '제주어 교실'도 눈길을 끈다.
카페 문을 연 지 1년 3개월째. 회원수가 40여명에 머물고 있고 20~30대 연령층에서 기대만큼 호응이 적지만 김씨는 카페가 지금껏 살아남은 것에 위안을 얻는다. 카페지기인만큼 하루에 한차례 이상씩 들여다보며 새 소식을 올리고 답글을 단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99%가 아래아를 발음하지 못하는 '아래아 장애'를 가졌다고 본다. 제주사람들도 절반 이상은 아래아 장애가 있다. 인터넷에서 직접 아래아를 입력할 수 있게 하고, 제주어 전용 글꼴을 만드는 일에 제주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외지에서 누가 그 일을 해주지 않는다.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제주어 교육도 필요하다. 아이들은 어린이집을 찾는 그 시기를 넘겨버리면 아래아를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