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쓰게마씨](5)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제주어 쓰게마씨](5)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제주어 붓글씨 바다 건너 갑니다
  • 입력 : 2008. 02.28(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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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불축제장을 찾은 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 회원들. 왼쪽부터 최명자 송근실 현병찬 백춘자 박영희 양춘희 최명선씨. /사진=강희만기자

제주말씨한글서예전 서울 이어 올해는 중국展

"다양한 서체 개발로 제주어 아름다움 드러내야"

마산 출신의 최명자씨(52). 경상도 방언이 배어나는 말씨로 그가 말했다. "국물맛을 보면서 제주말로 '베지근하(ㅎ+아래아)다'고 하는데, 그 뜻을 알고 나서 깜짝 놀랐어요. 제주어에는 그 말이 아니면 표현이 안되는 것들이 참 많더라구요."

제주에 정착한 지 올해로 27년째. 제주말을 들을때마다 늘 미소짓게 된다는 그는 제주도한글서예사랑모임(이하 한글서예모임) 회원이다. 한글서예모임은 일찍이 제주말씨 우리글 서예전을 시작한 서예단체다. 이들은 제주말을 붓글씨로 옮겨놓으면서 그것이 지닌 참맛을 시각적으로 찬찬히 음미할 수 있도록 해왔다.

지난 22일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새별오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가 열리는 이곳에서 가훈써주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한글서예모임의 몇몇 회원들을 만났다.

"잘 알려진 관광지 같은 데서 제주말씨를 엉뚱하게 표기하고 있는 사례를 많이 봤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그때부터 회원들과 제주말씨로 된 서예작품을 쓰고 전시하게 됐다."

현병찬(66) 한글서예모임 이사장의 말이다. 이들은 2년에 한번씩 제주말씨 서예전을 열면서 제주어 표기법을 주제로 매번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해까지 7차례 제주말씨 서예전을 마련했다.

제주어는 한글서예와 만나 한층 빛이 났다. 현병찬 이사장의 독특한 서체인 이른바 한곬체를 비롯해 궁체, 판본체, 민체 등으로 제주속담, 민요, 시, 노랫말을 써내려갔다. 가령, 한곬체가 황토빛 갈옷의 느낌이라면 판본체는 제주어의 구수한 맛이 풍긴다.

이들은 제주말씨 학생서예대전도 운영하고 있다. 별도의 지원을 받지 못해 회원들이 주머니돈을 털어 치르는 공모전이다. 6회째 이어오는 동안 재정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매해 참가 청소년들의 열기를 만나면서 힘을 얻는다.

제주어로 쓴 한글서예에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작년 한글날에는 한글학회와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전시에 초청돼 제주어 작품을 서울에 선보였다. 상자를 이용한 아이디어 소품 등 50점을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장소를 옮겨 그해 11월까지 서울 한복판에 전시됐다.

올 10월말에는 중국으로 간다. 왕희지가 살았다는 절강성 소흥 지역에서 한국어 말하기대회, 펜글씨대회, 붓글씨대회 등 한글서예 큰잔치가 열리는 데 이때 초청됐다. 한글서예모임은 이 행사에 '제주 정신전'이란 이름으로 제주어 서예작품을 전시한다. 한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은 중국인들에게 '표준어' 해설을 곁들인 제주어 서예 작품을 통해 제주섬의 비경까지 알릴 참이다. 12월엔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중국 귀국전을 겸해 깃발전시 등으로 제주어 서예의 다채로움을 이끌어낸다.

양춘희씨(53)는 "제주말씨의 미적인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서체와 디자인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면서 "제주어 보전에 뜻이 있는 단체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는 만큼 그들과 연계해서 제주말씨의 가치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를 확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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