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먹 갈고 붓 들며 가르친 뜻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먹 갈고 붓 들며 가르친 뜻
  • 입력 : 2008. 07.22(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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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시작전 한차례 공방…어느 해보다 시끌한 道展
이제 옥석을 가리는 일만


"미술대전 운영규정 제7조(임원)에 위원장 1인(예총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부회장 중 전시부문 부회장 당연직)이라고 규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운영위원장은 기존과 같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다만 제34회 미술대전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은 운영위원장이 관여하지 않고 대회장이 직접 관장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하였으므로 이 점 양해바랍니다."

지난 6월 3일, 제주예총은 미술협회도지회에 이런 내용의 공문을 띄웠다. 5월 30일자로 미술협회도지회에서 보낸 '제주특별자치도미술대전 운영에 관한 건의사항'에 대한 회신이었다. 운영규정 개정 절차 때문에 이번 대회부터 당장 운영위원장을 바꿔야 한다는 미술협회도지회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사실상 그 요구를 따른 것이나 다름없었다. 대회가 끝나면 운영규정 개정과 미술대전 발전을 위한 토론도 하겠다고 덧붙였다.

올 도미술대전은 제주예총과 미술협회도지회가 벌인 한 차례의 '공방'으로 막이 올랐다. 도미술대전이 시작된 이래 제주예총과 미술협회도지회는 줄곧 동반자였다는 점에서 두 단체간에 오간 공문은 범상치 않았다. 미술협회도지회가 보낸 공문에는 대회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드러나는 운영위원장 교체 요구가 들어있었고, 모호한 문구가 담긴 운영규정 개정 필요성이 포함됐다. 미술협회도지회는 미술대전 10개 출품 부문중 8개 분야에서 운영위원을 내고 있다.

그동안 도미술대전이 치러질 때마다 일부 부문의 심사 결과를 놓고 말이 나왔다. 서예 부문은 구체적 사례까지 나돌았다. 대상 수상자 열명중 일곱명은 특정 서예가나 단체와 연관이 있다, 일정한 입상경력이 있어야 하는 추천작가를 만들기 위해 연 4회 특선을 줬다는 말이 있었다. 일각에선 최근 대회장인 제주예총 회장에게 이를 '입증'하겠다며 13년 동안의 수상 내역을 내보였다. 물론 해당 서예가는 부풀려진 일이라고 항변한다.

도미술대전을 둘러싸고 옳다그르다 맞서는 서예가들이 결국 한 스승에서 배운 이들이라는 점에서 한층 착잡해진다. 이들에게서 멀찍이 비켜선 어느 서예가는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먼저 가신 스승이 먹을 갈고 붓을 들며 후학들에게 전한 뜻이 무얼까 되새겨볼 일이라고 했다.

어제(21일) 도미술대전 출품작 접수가 이루어졌다. 한국화 27점, 서양화 53점, 조각 3점, 공예 19점, 판화 5점, 디자인 5점, 건축 26점, 사진 92점, 서예 1백 41점, 문인화 81점 등 예년과 비슷한 4백52점이 접수됐다. 이제, 23일 이루어지는 심사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만 남았다. 사사로운 욕심에 휘둘리는 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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