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쓰게마씨](16)탐라문화제 '제주어 말하기 대회'

[제주어 쓰게마씨](16)탐라문화제 '제주어 말하기 대회'
16년전 첫 제주어축제 설레던 기억
  • 입력 : 2008. 07.31(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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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문화제 제주어 말하기 대회, 제주어 연극제 등 제주어 축제에 오랫동안 참여해온 이들이 제주예총 사무실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부재호 제주예총 사무처장, 현춘식 문화재 감정위원, 이광후 극단 가람 대표.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1992년 한라문화제 사투리축제서 말하기 첫 선

도내 연극인들은 제주어 연극제로 분위기 돋워



"표준어는 높고 우아하며, 제주말은 그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큰 착각입니다. 제주말은 국어사전에 올리고 전 국민이 애용할 만한 어휘와 문장 구사가 얼마나 많습니까? 제주도가 변방이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심축으로 도약하는 이때 제주말의 우수성을 일깨우는 오늘의 행사는 제주민의 자존심을 새삼 높이는 중요한 고비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극단 가람 대표를 맡고 있는 이광후씨(56)가 보물단지처럼 간직해온 옛 자료속에 이런 문구가 들어있었다. 1997년 한라문화제(지금의 탐라문화제) 제주어 축제 심사평중 한 대목이다. 이즈막엔 제주어 말하기 대회가 이곳저곳에서 열리지만, 그 '원조'는 한라문화제다.

"제주에서 전국민속예술축제가 열렸을 때다. 각지에서 모여든 참가자를 위한 이색 프로그램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팔도사투리대회를 열게 됐다. 원고도 없고 시간 제약도 두지 않은 대회에 지역 방언이 줄줄이 쏟아져나왔는데 그중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한 출연자가 배꼽잡게 만들었다. '이거, 가능성이 있겠구나' 싶었고 그것을 한라문화제 정식 프로그램으로 끌어갔다."

35년 넘게 탐라문화제 기획에 참여했던 현춘식(62)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의 말이다. 본디 한라문화제 사투리축제였다. 1992년 10월 문예회관에서 열린 첫 행사는 제주 사투리 말하기 대회와 사투리 연극제로 꾸며졌다.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말하기 대회에는 학생부 10팀, 일반부 4팀, 관광부 4팀, 재외도민부 4팀을 합쳐 22팀이 무대에 올랐다. 사투리 연극제는 학생부 3개팀이 꾸몄다.

연극협회도지회가 주관해온 사투리 말하기 대회는 제주말 말하기 대회로, 다시 제주어 말하기 대회로 명칭이 바뀌었다. 사투리 연극제는 제주 연극인들이 바통을 받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1994년 한라문화제 기간에 첫 제주어 연극제가 열린다. 연출을 맡았던 이광후씨는 "제주 연극인들이 모여들어 제주연극 사상 처음으로 제주방언 연극을 올린다는 생각에 설레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당시 팸플릿을 보면 그런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제주어 말하기 대회에 관심이 많다. 무대에 서는 걸 꺼리지 않는 요즘 아이들인 데다 전통 문화유산을 배운다는 교육적 효과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표기법이나 어휘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학교가 들어선 그 지역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탐라문화제를 주최하는 제주예총 부재호(43) 사무처장은 다른 지역 축제 관계자들이 제주어 말하기 대회 노하우를 물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실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어느 축제는 탐라문화제를 본떠 사투리 대회를 열고 있다.

제주어 말하기 대회가 시작된 지 올해로 16년. 제주어의 '주가'가 지금처럼 높아지리라 예상하지 못했던 때부터 한길을 걸어왔다. 올해는 지난해 9월 제주어 조례 제정 이후 처음으로 10월 탐라문화제 기간에 제주어 주간 행사도 열린다. 제주어 말하기 대회를 오랫동안 이끌고 거들어온 이들 세 사람은 제주어의 남다름에 주목했던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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