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31)북경반점 양덕의씨 가족

[代를잇는사람들](31)북경반점 양덕의씨 가족
4대째 물흐르듯 이어지는 '손맛'
  • 입력 : 2008. 09.27(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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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북경반점 양덕의씨(오른쪽)가 어머니 원극근씨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sclee@hallailbo.co.kr

1960년대 증조부가 제주시 서문통서 시작
현 위치에서 30년째… "앞으로 더 해야죠"


제주시 이도1동에 자리한 '북경반점'은 중국음식을 즐기는 미식가들 사이에선 꽤 내력있는 곳으로 통한다.

북경반점이 현재 위치에 문을 연 건 1978년. 창업자는 현재 식당 대표인 양덕의씨(42)의 부친인 양갱부씨(66)다.

하지만 양씨 가족이 제주에서 중국음식의 손맛을 전하기 시작한 건 1960년대 초반부터다. 인천에서 생활하다 전쟁을 피해 제주로 피란온 양덕의씨의 증조부가 며느리인 양왕씨(90) 할머니와 제주시 서문통 인근에서 '유신원'이란 식당을 운영했으니 증조부에서 할머니, 아버지, 아들로 4대째 물흐르듯이 손맛을 이어오는 셈이다.

"당시만 해도 제주에서 중국음식은 생소해 중국빵을 주로 만들어 팔다가 차차 자장면을 팔기 시작했어요." 아흔의 나이에도 양 할머니는 당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서문통 식당을 찾았던 이들 가운데는 아직도 일부러 찾아오는 고령의 손님들이 더러 있다.

증조부의 가업을 잇고 있는 양덕의씨는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 토박이를 만나 결혼해 네 자녀를 뒀다. 그는 20대 때 대만에서 치과대학을 다니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호텔경영학을 공부하고 1996년 귀국후에는 제주도청에서 4년간 근무하는 등의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고향 중국을 떠나 낯선 땅 제주에서 먹고 살기 위해 가족들이 수 십 년 호흡을 맞추며 손맛을 지켜온 노력과 아버지가 큰아들이 가업을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모를 리가 있겠어요?" 잠시동안의 방황기를 접고 가업을 잇는데 합류했다는 그다.

3~4년 전부터 식당 경영을 아들에게 내주고 점심시간 한 두 시간씩 들르는 아버지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스승이었다. 음식의 제맛을 내기 위해 아버지가 늘상 강조했던 신선한 재료와 적당한 조리시간은 그가 변함없이 지켜가는 원칙이기도 하다.

또 식당은 배달주문을 받지 않는다. 손님들이 식당안을 꾸준하게 채워주기도 해서지만 배달할 경우 음식의 제 맛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다.

"아버지는 손님이 음식을 남기면 나중에 직접 맛을 보고 이유를 찾으라고 하셨죠. 그런데 신기한 건 그런 아버지가 음식을 만들면서 간을 보시지 않는다는 거에요. 저야 아버지 손맛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어요. 실수하지 않기 위해 간을 봅니다."

양씨의 어머니 원극근씨(63) 역시 결혼후 40년이 넘은 지금까지 줄곧 식당을 지키고 있는 아들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스물한살에 시집오자마자 식당일을 거들기 시작했는데, 무거운 나무배달통을 들고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밤길을 걸어다니던 기억이 있어요. 밤길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손으로 직접 밀가루를 반죽하고 면을 뽑아내던 일은 이제 기계가 대신하고, 직접 만들던 춘장도 구입해서 사용하면서 일손을 덜어주고 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직접 만들기를 고집하는 메뉴가 바로 만두다. 손이 많이 가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맛만큼은 자신있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두를 한 번 맛본 이들에겐 단연 인기 최고다.

"가업을 잇지 않았다면 이만큼 자리잡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공부시키고 먹고 살려면 20년 이상은 식당을 꾸려가야 할 것 같네요"라며 웃는 양씨. 가업을 잇는다는 자부심이 30년 세월을 변함없이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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