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제정 제주어 조례 근거…10월 3 ~ 9일 첫 제주어 주간
기념 행사 하나 없이 보내나
2년전 이맘때,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 인근에 있는 하에바루초를 찾은 적이 있다. 그 지역에서 '오키나와 방언 교실'이 진행되고 있는 문화센터를 방문했다. 그 해 오키나와에서 '섬 언어의 날'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섬 언어'를 칭하는 오키나와어 발음과 비슷한 9월 18일을 '섬 언어의 날'로 지정해 다양한 기념행사를 연 뒤였다.
오키나와에서 만난 방언 연구자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곳에선 1879년 일본에 복속되면서 오키나와어를 말하는 게 금지되었던 세월을 지나왔다. 오키나와어를 쓰면 처벌하겠다는 지침도 있었다고 하니, 제주식으로 비유하자면 '무겁다'를 '벤벤허다'고 하거나 '깜깜하다'를 '왁왁허다'라고 말했다간 목숨이 날아갈 처지였던 거다.
섬 언어는 그대로 끝이 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오키나와 고전극인 구미오도리와 같은 전통예능에 오키나와어가 숨어있었다. 제주굿에, 민요에 빛바래지 않은 제주어가 남아 있듯, 오키나와 역시 전통문화 전승을 통해 잠든 언어를 깨웠다.
지난해 제주에서도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가 만들어졌다.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우수 조례로 뽑힐 만큼 상복도 많았다. 그런데, 조례 제정의 초심이 잊혀진 듯 하다. 올해 처음 맞이하는 제주어 주간이 낼모레인데도 별다른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제주어 조례엔 '제주어의 우수성을 알리고 그 보전과 전승을 위하여 탐라문화제 개최 기간 즉 매년 10월 첫째 주 금요일부터 1주일을 제주어 주간으로 정한다'고 나와있다. 그러면서 '도지사는 매년 제주어 주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례 제정 시기가 지난해 9월이어서 제주도는 다음해(2008년)부터 제주어 주간 행사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이를 따르면 제주도 역사상 첫 제주어 주간은 다가오는 10월 3일부터 9일까지다.
제주어 주간에 탐라문화제 제주어축제가 열리긴 하지만 그것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러온 게 아닌가. 제주어 주간이 이번에 처음 지정된다는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 데다 기념행사도 없다. 그나마 서귀포에서 열리는 한국민속예술축제와 탐라문화제 소책자에 제주도지사 대회사 등을 제주어로 싣는다는 소식이다. 이름뿐인 제주어 주간이라면 제주어로 쓰인 이런 인삿말이 자칫 공허해질 것은 아닌가 싶다.
"이디 모이신 여러분도 다 아는 거치룩, 제주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보물창고라마씸. 우리 조상덜은 이 아름다운 땅에 살멍 흙이영 바당 내움새가 물싹 풍기는 고유의 문화유산을 멘들앙 우리 후손덜 신디 물려줘십주. 대를 잇으멍 전승뒈는 탐라문화야말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름을 내놔도 손색이 엇인 젤 보배롭고 귀헌 자산인 셈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