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소암기념관이 문을 열던 날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소암기념관이 문을 열던 날
  • 입력 : 2008. 10.07(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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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스럽고 시원하고 착잡"…소암 연구 깊고 넓어져야
한·중·일 서예 만날 공간


"죄스럽고, 시원하고, 착잡합니다. 그래요, 여러 감정이 교차하네요."

지난 4일 서귀포시 서귀동 소암기념관을 찾은 목포소묵회의 한 회원은 그렇게 말했다. 유명 소리꾼의 애달픈 음성이 기념관에 흘러드는 가운데 스승을 기억하는 이들은 일찌감치 서귀포에 도착해 공간을 '순례'하고 있었다. 소암의 붓놀림이 멈추지 않았던 '조범산방'도 선생이 떠난 지 10여년만에 손님을 맞았다.

소암기념관은 서귀포 출신 서예가인 소암 현중화의 삶과 예술을 펼쳐놓은 공간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언급했듯, 제주출신 예술인을 기리는 첫 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소암기념관 개관은 의미있는 출발점에 놓인다.

경남 통영의 사례를 보자. 통영 출신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국제음악제를 통해 국내의 대표적 문화도시로 껑충 뛰어올랐다. 통영만이 아니라 세계의 이름난 도시들은 그 지역과 인연을 맺은 예술가를 문화산업의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소암은 다른 작고 예술가에 비해 연구 자료가 풍부한 편이다. 비행기표나 배표 한 장 허투루 버리지 않은 소암의 성정은 글씨만이 아니라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유품도 남겼다.

개관전에 펼쳐놓은 소암의 면모는 그래서 일부분일 수 밖에 없다. 소암에게 글씨를 배운 몇몇 서예가들은 지난해 소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예술의전당이 발빠르게 기획한 특별전에 선보인 여러 작품이 다시 개관전에 나온 걸 두고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기획전 '취필' 역시 소암 말년의 농익은 예술세계가 바탕에 깔려있기에 가능한 작품인데도 그저 술에 취해 쓴 글씨라는 정도로 알려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어린 소릴 했다.

전시장에 나온 작품중에서 소암기념관 소장품은 전체의 10%쯤 된다. 나머지는 개인 소장품이다. '엄숙함과 분방함을 오가는 소암의 예술 세계'(서예가 김종원)를 얼마나 발굴하고 풀어놓을지 개관전 이후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목포소묵회원의 '착잡하다'는 말은 소암기념관이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을 턴데 그러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혔다. 소암 연구가 깊고 넓어져야 한다. 일본 유학시절 중국과 일본 서단의 영향을 받으며 '소암체'를 일군 여정을 좇다보면 소암을 매개로 한·중·일 서예가 만난다.

서귀포시는 소암기념관 개관을 계기로 이중섭미술관, 서복전시관 등을 잇는 문화벨트를 만들겠다고 했다. 거기서 끝날 게 아니다. 대정읍 추사유배지에 들어서는 추사기념관과 연계한 활용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추사와 소암의 생몰연대를 짚어보면 불과 50여년 차이가 난다. 추사에서 소암으로 이어지는 서예사 연구도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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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2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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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택 2008.10.07 (07:25:28)삭제
작년 말에 소암기념관을 준공을 하면서 역사적인 개관 기획전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 관계되신 분들은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인데, 결국은 서울- 광주에 이은 복사판이 그대로 나온 것이지요. 소암과 술에 관한 일화에는 좌담이 그 주류(主流)이지 글을 쓰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세속인들이 소암의 글을 취필(醉筆)이라 하나, 소암이 취한 김에 일필한 것도 아니요, 주정 부려 후리친 것도 아니요, 취기로 아무렇게 쓴 글은 더욱 아닙니다. 취필이 소암의 작품세계에 곁들인 필수분야이고 술은 운필의 소도구입니까, '소암 = 취필'이라는 등식을 떼내셔야 합니다.
김정택 2008.10.07 (07:18:58)삭제
누군가 소암 현중화의 글씨를 취필(醉筆)이라 하는 바람에 고전의 비첩(碑帖)을 오롯이 공부하신 소암의 진면목을 망치고 있다는 소문이 오래 전부터 나돌았습니다. 소암의 글씨를 취필로 몰아가는 엉뚱한 착상에 대해 제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서예는 술을 매개로 하는 예술이 아니라 문자를 매개로 하는 조형예술입니다. 그 내용에 전통적으로 詩 賦 記 銘 贊 辭 序 題跋 書簡 따위가 있고, 서체에는 篆 隸 楷 行 草 등의 전형(典型)이 있습니다. 취필이니 파체니 삐닥체니 하는 것은 예전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작년부터 이런 생소한 말이 나기 시작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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