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를잇는사람들](35)대진횟집 곽동영·정유은씨 부부

[代를잇는사람들](35)대진횟집 곽동영·정유은씨 부부
"부모님 손맛 지켜가야죠"
  • 입력 : 2008. 11.01(토) 00:00
  • 문미숙 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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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서부두에서 대진횟집을 운영하는 곽동영·정유은씨 부부. 곽씨 부부는 "30여년 인기 비결은 신선한 맛과 친절한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사진=김명선기자

제대 후 일손 거들다 자연스레 같은 길
전복 된장구이·낙지 쌈장 등 별미 개발


'제주'란 이름에서 연상되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단연 한 점 입에 넣는 순간 착 감기는 신선한 생선회의 유혹이 아닐까 싶다. 제주를 찾았다면 생선회 한 점은 먹어야 제주를 맛봤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게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활어회 문화를 만들어낸 원조라 할 수 있는 제주시 서부두는 지난 여름 '명품 횟집거리'로 선포되면서 유명세를 더해가고 있다. 그 거리에서 '한저 옵서예'란 큼지막한 글씨가 먼저 손님을 맞는 '대진횟집'의 주인장 곽동영·정유은 부부를 만날 수 있다.

1976년 이 곳에 식당 간판을 내건 이는 곽씨의 부친인 곽상길씨로 2대째 손맛이 이어지고 있다. 군대를 다녀온 곽씨가 아버지의 식당일을 거들기 시작했고 1999년 결혼하면서 부인 정씨도 자연스레 합류했다.

솔직히 얘기하면 정씨는 결혼과 동시에 남편과 함께 횟집을 꾸렸지만 한 5년쯤만 하고 손을 뗄 생각이었다고 했다. 장사에 매달리다 보니 밤 12시가 넘어 집에 들어가기가 일쑤라 엄마로서 육아가 걱정됐던 탓이다. "그런데 이제 10살인 딸아이가 엄마·아빠가 할머니·할아버지가 운영하던 횟집을 대물림한 것처럼 자신도 그럴 테니까 계속 횟집을 해야 한다고 그래요"라며 부부는 웃는다.

3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횟집의 이름만큼 반가운 단골들도 여럿이다. 제주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1년에 서 너 차례 골프나 세미나 등으로 제주 방문길마다 찾아주는 낯익은 얼굴의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 "맛있게 음식을 드시고 간 관광객들이 주변에 입소문을 퍼뜨리거나 음식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어서 인터넷 등에 맛있다고 올려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지요. 인기 비결이라면 신선한 해산물과 친절한 서비스 이상이 있겠어요?"

간간이 일본관광객들도 횟집을 찾는다. 수 년 전 일본의 한 TV채널에서 촬영해 간 적이 있었는데 입소문이 난 모양이라고 했다. 이렇게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이들 덕분에 단체관광객을 받지 않아도 식당엔 손님들이 꾸준하다.

대진횟집이 자랑하는 별미가 있다고 했다. 전복 껍데기에 된장양념을 해 만든 '전복 된장구이'를 비롯해 가을·겨울에 낙지를 잘게 다져만든 '낙지 쌈장', 봄·여름 '성게 내장무침'은 한 번 먹어본 이들이 더 아끼는 음식이 됐다.

10년동안 횟집을 꾸려온 부부지만 큰 고비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제주도를 온통 할퀴고 갔던 태풍 '나리'때 큰 피해를 겪었다. "횟집이 방파제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엄청난 파도에 수족관이 떠내려가고 물고기가 모두 폐사했지요. 지하 수족관 모터가 침수돼 인근 횟집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죠. 동동거리며 복구하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어요. 횟집을 꾸려오는동안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에요."

시부모님이 30여년 전부터 운영해온 식당이라 음식맛은 물론 한 분 한 분 손님맞이에 더욱 정성을 쏟게 된다는 정씨. 예전 맛 못지 않다거나, 오히려 더 맛있다는 얘기가 제일 반가운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에 부침이 심한 업종이 식당이다. 인근에서도 손님 발길이 예전같지 않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곽씨 부부의 횟집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30여년을 입맛꾼들과 만나온 정성이 변치 않는 한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부부의 모습에선 자신감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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