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3)생각하는 정원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3)생각하는 정원
나무가 말한다, 우리네 삶의 비밀
  • 입력 : 2009. 02.05(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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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정원'에 놓인 분재. 이곳은 분재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고 나무가 전하는 메시지에 조용히 귀기울이라고 말한다. /사진=강경민기자

드라마 '대장금'보다 앞서 중국에 한국을 알려
40여년 돌 나르며 명사들이 반한 분재정원 조성


6~7년전쯤 그곳을 찾은 적이 있다. 그리곤 오래도록 잊었다. 수년의 세월동안 달라진 게 많았다. 나무들의 키가 껑충 자랐다. 돌담, 과실수, 폭포수 등 공간을 채우는 얼굴들이 무척 다양해졌다. 거기다 이름이 다르다. 분재예술원에서 '생각하는 정원'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개원 15주년이던 2007년에 개칭이 이루어졌다.

어떤 이는 이곳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낙원'으로 불렀다. 다른 이는 '바위와 나무들이 그 누구도 가르쳐줄 수 없는 비밀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고 했다. '이 정원은 기기묘묘하고 굉장하다. 아름다움은 세계를 구원할 것이다'라고 말한 이도 있다. '생각하는 정원'온실에 들어선 명사관엔 정원에 반한 여러나라 유명 인사들이 남겨놓은 문구가 줄을 잇는다.

▲'생각하는 정원'을 채우고 있는 분재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생각하는 정원'의 역사는 물도 전기도 없는 돌밭과 가시덤불로 뒤덮인 땅에서 시작됐다. 1968년 '육지'의 한 농부는 자그마한 정원을 가꾸겠다는 생각 하나로 제주섬에 정착한다. 1963년부터 30여차례 방문한 끝에 결정한 일이었다. '농부'는 바로 성범영 원장이다. 그는 곡괭이와 돌깨는 망치 하나 들고 돌밭을 일궈나갔다. 가시나무를 잘라내고 돌을 캐는 그에게 주변 사람들은 '두루웨'(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제주말)라고 했다. 지금처럼 소나무, 매화, 동백, 석류 따위가 생명력을 뿜어내는 정원이 탄생하리라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정원'은 분재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으로 시작된다. "분재가 순수한 나무를 비틀고 구부리는 잔혹한 일이라면 그 나무는 어찌되었겠습니까. 죽었어야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죽지 않고 유한한 생활공간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분재는 나무를 교정해 아름답게 자랄 수 있도록 합니다."

▲겨울철 정원을 찾으면 수형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생각하는 정원'을 찾은 관광객들

분재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해석한 '생각하는 정원'은 드라마 '대장금'보다 먼저 중국에 한국을 알렸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인성을 왜곡시키고 짓밟은 청왕조의 죄악을 매화분재로 상징해 비판했던 고서 '병매관기(病梅館記)'의 영향으로 분재를 외면했다. 인민일보 총편집장을 지낸 인물이 1995년 '생각하는 정원'을 방문한 뒤'신병매관기'란 이름으로 분재의 아름다움을 극찬하는 글을 발표했고 장쩌민 국가주석, 후진타오 국가주석(당시 부주석)이 잇달아 찾으며 분재에 대한 중국인들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정원 곳곳엔 나무가 전하는 메시지를 한국어, 일어,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로 써놓은 안내판이 수십여개다. 찬찬히 거니는 사람에겐 정원에 놓인 분재가 달리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란 홍보 문구처럼 이곳은 개인의 집념으로 가꾼 '하나뿐인 정원'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그 가치를 일찍이 눈여겨본 이들의 발자취를 소중히 여기는 것은 주변의 냉대가 적지 않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곳은 얼마전 제주도의 관광지 등급평가에서 제주민속촌박물관과 더불어 '특1등급'관광지로 뽑혔다. 이즈막엔 내빈을 위한 공간을 짓고 있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3~10월은 오후 7시30분까지. www.spiritedgarden.com. 772-3701.

▲한경면 저지리 버려진 땅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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