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6)프시케월드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6)프시케월드
지치고 힘들 때 '나비의 꿈' 떠올리길
  • 입력 : 2009. 03.19(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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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이는 나비를 배경으로 곤충들이 숲속 연주를 벌이고 있다. 프시케월드는 스토리가 있는 나비박물관으로 꾸며졌다. /사진=김명선기자

나비·곤충 표본 수만점 이용 메시지 있는 스토리

석주명 공간·설문대할망 설화 등 제주색도 담아


막 피어난 유채꽃 사이로 하얀 나비가 팔랑거렸다. 3월이라지만 코끝이 매운 바람이 비켜서지 않은 때였다.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에 있는 프시케월드. 나비를 테마로 한 박물관은 연둣빛 봄이 한창이었다.

프시케는 영혼 혹은 나비를 뜻하는 말이다. 서양의 신화에는 갖은 고난을 딛고 큐피트와 완전한 사랑을 이룬 여인으로 등장한다. 굳이 로마 신화를 입에 올리지 않더라도 나비는 우리에게 친숙하다. 세상의 모든 색깔을 몸에 품고 있는 듯한 나비는 생명력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수 천마리 비단벌레와 나비로 만들어졌다는 몬드리안의 추상화로 시작되는 프시케월드는 나비를 포함한 세계 각지의 곤충 표본 3천여종 10만여점을 갖췄다. 박물관 한켠 실내 생태관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있긴 하지만 전시의 특성상 움직임이 멈춘 표본을 만나게 된다.

박물관은 그런 밋밋함을 덜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꿰었다. 마치 인간들처럼 곤충의 세계에도 희로애락이 있다. 그들은 달을 정복하고 비틀즈가 되어 노래한다. 콜로세움에서 전투도 치른다. 어떤 곤충들은 어린 왕자가 되거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지옥같은 생을 건넜다. 그곳엔 벅스랜드가 있고, 선거가 이루어진다. 곤충이라고 얕보지 마시라.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거개가 그들이다.

표본만 길게 늘어놓은 딱딱한 전시공간에 비하면 프시케월드는 맛깔나다. 곤충의 삶을 인간에 빗대 해학과 풍자로 관람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초라한 애벌레가 화려한 나비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며 힘을 내라고, 가슴에만 간직해둔 당신의 사랑을 깨우라고 말이다. 그래서 전시장을 찬찬히 따라가다보면 수 편의 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 실제, 동화책을 넘기듯 아이들에게 안내판을 소곤소곤 읽어주는 부모들이 있다고 한다.

제주색을 드러낸 공간도 지나칠 수 없다. 해방 전후 제주의 인문·자연 자원을 기록으로 남긴 '나비박사' 석주명(1908~1950)을 '학자의 방'으로 기렸다. 나비 연구에 매달렸던 석주명의 거처를 재현해놓은 곳이다. 40년간 전국을 돌며 나비를 채집해온 프시케월드 김용식 관장이 내놓은 제주도 나비 표본 73종도 보인다. 산호랑나비, 남방부전나비, 산굴뚝나비, 왕은점표범나비, 붉은점모시나비 등 제주섬 어느 산야를 날았을 나비가 공작새 같은 날개를 펴고 있다.

전시장 끄트머리엔 설문대할망 설화를 나비가 있는 스토리로 흥미롭게 탈바꿈시켰다. 안내판을 제주어로 일일이 써놓은 정성이 느껴지지만 더러 '아래아'를 남발하는 등 표기법이 틀려 아쉽다.

2007년 8월 문을 열어 그해 등록박물관으로 이름을 올린 프시케월드는 주변에 유리궁전, 자일파크, 고성 미로를 더하는 등 '복합단지형 테마파크'로 또한번 변신하고 있다. 김용식 관장은 "나비와 곤충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나비의 생태 등 학술적 기능을 강화해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싶다"고 했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8시까지. www.psycheworld.net. 799-7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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