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8)해녀박물관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8)해녀박물관
눈물나는 그 이름 '바당의 어머니'
  • 입력 : 2009. 04.16(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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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박물관은 제주여성사에서 우뚝한 이름인 해녀를 불러내 사라져가는 물질생업과 문화유산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사진=이승철기자

바다에 목숨 맡기고 전복 따는 해녀 생애· 문화유산

어린이 해녀체험관· 어업노동요 전수교육 등 차별화



갯가에 불을 피워 몸을 덥힌 뒤 물에 들었다. 전복이 돌에 붙어있으면 그 색깔이 검어 바위와 구분하기 쉽지 않다. 곧 숨이 차오른다. 바다로 급하게 올라가 숨을 내쉰다. '휘익'하는 소리를 얼마나 오래내는지 모른다. 생기가 돌면 다시 물에 잠기지만 전복을 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전복 하나를 따려다가 종종 죽을 고비를 맞는다. 더욱이 물 밑의 돌은 모질고 날카롭다. 요행히 살아났지만 병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17세기 조선 선비가 기록한 제주해녀의 모습이다. 무명으로 만들어 입던 물소중이가 고무옷으로 바뀌고, 불턱 대신 해녀의 집이 생겨났지만 그들의 처지가 얼마나 나아졌는지 모른다. 맨 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캐내야 하는 것은 3백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사람사는 이 땅에서 제주와 일본에만 존재한다는 해녀. 그중 제주해녀는 아무런 보조 장비도 없이 20m나 되는 물속에서 1~2분 남짓 작업을 벌일 수 있는 '초인적인 존재'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제주해녀는 1만5000명이 넘었다. 지금은 5천명을 조금 웃돈다. 나이 40대 이하의 해녀는 전체의 5% 정도에 그친다. 해녀수 감소는 물질 생업과 문화유산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음을 보여준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에 해녀박물관이 있다. 2006년 6월 개관한 박물관은 현장에서 하나 둘 흔적을 감추고 있는 해녀 관련 생업문화를 드러내고 전승 보존을 꾀하고 있는 공간이다.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는 해녀 관련 민속품, 어구 등을 포함해 3천3백점에 이른다. 전시실에는 바다밭을 누비는 것만이 아니라 밭농사까지 지으며 생계를 꾸려간 해녀들의 생애를 담아냈다. 파도소리가 흘러나오는 또다른 전시실에는 얼마전 제주도민속자료로 지정된 해녀 옷과 물질 도구 10여점이 놓여있다.

해녀항일운동의 역사도 눈여겨봐야 한다. 1930년대 성산과 우도, 구좌 해녀를 중심으로 일제의 생존권 수탈에 맞서 일으켰던 이 사건은 제주여성사에서 해녀의 존재를 우뚝하게 만든다. 해녀항일운동의 흐름을 꿸 수 있는 자료가 전시됐다. 마침, 박물관이 들어선 곳은 해녀항일운동의 배경이 되었던 장소다.

제주 지역 여느 공사립박물관이 품지 못한 '어린이 해녀 체험관'도 있다. 전시 자료를 만지작거리며 바다를 누비는 해녀가 되어볼 수 있다. 하지만 한층 생생한 체험을 위해 일부 자료를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녀박물관은 최근 도내 100군데 어촌계를 돌며 '해녀의 생업문화' 자료 조사를 마쳤다. 지금은 해녀 생애사를 위한 구술자료를 채록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박물관에서 '해녀노래' 전수 교육이 이루어진다. 일터에서 점점 듣기 어려워진 제주민요는 그렇게 맥을 이어가고 있다.

좌혜경 해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제주여성의 상징인 해녀는 제주의 대표적 문화콘텐츠"라면서 "해녀라는 그릇에 전통문화를 담아 제주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싶다"고 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www.haenyeo.go.kr. 782-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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