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제'
관련 설화 풍부한 해석 통해
느림·성찰의 대중성 더하길
설문대할망 이야길 들어봤을 것이다. 거녀(巨女)다. 키가 얼마나 큰지 한라산을 베개 삼고 누우면 발은 제주시 앞바다에 있는 관탈섬에 걸쳐졌다. 키가 큰 할머니는 옷이 없어서 터진 치마를 입고 흙을 나른다. 그러다 터진 치마 사이로 흙이 조금씩 흘러내린 게 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제주돌문화공원은 2006년 개관 이전부터 설문대할망을 기려왔다. 설문대할망제다. 5월 15일을 제일로 정해 몇몇 행사를 치르고 있다. 올해도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설문대할망제가 열렸다.
제주돌문화공원은 '설문대할망제는 지금까지 지내본 바가 없었으므로 누구도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 없어'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었고, 실험적 작업을 지속해왔다고 했다. 그래서 올해는 '할망제'인 점을 감안해 여성 제관·집사만으로 주요 행사인 설문대할망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설문대할망제를 놓고 '그르다' 할 이유는 있었다. 설문대할망제가 지금까지 지내온 바가 없는 거라면 특정 제례를 따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어서다.
설문대할망제는 사실 제주 설화를 스토리텔링한 '축제'다.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을 맡은 백운철 탐라목석원장은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기 이전에 일찍이 그것에 주목한 이다. 제주돌·나무 등 소장품을 이용한 탐라목석원의 '갑돌이와 갑순이' 전시물이 그렇고, 제주돌문화공원 부지가 여인(설문대할망)의 쪽찐 머리에 새가 앉은 형상이라는 점을 끄집어낸 것도 그렇다.
여성의 존재가 각별한 제주섬에서 설문대할망을 부각하는 데 인색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제주돌문화공원의 행보는 의미롭다. 설문대할망제만이 아니라 전시관 등 곳곳에 설문대할망을 끌어들여 설화의 의미를 풀어내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학술제에 가까운 설문대할망제의 대중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물론, 설문대할망 설화에 대한 깊이있는 접근은 필요하다. 이번 세미나는 정작 도내 설문대할망 설화 연구자들이 주변으로 밀리긴 했지만 설문대할망의 존재를 깨우는 것은 한편으로 학자의 몫이다.
설문대할망에 얽힌 설화는 풍부한 해석을 낳는다. 가령, 속옷 한 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명주 100통중 1통이 모자라 제주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를 놓아주지 못한 설문대할망의 '실패'를 보자. 세미나에 참석한 어느 토론자는 결국 이것이 '섬 제주'의 특이성을 말해준다며 "제주다움을 지키라는 메시지"로 읽었다.
옛길 답사, 유적지 기행, 숲길 걷기 등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2000년대를 사는 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준다. 제주다움은 단지 과거의 한때를 붙들자는 게 아니다. 이즈음 놓치고 있는 '느림'과 '돌아봄'이 그곳에 있다. 설문대할망제의 대중성을 구하는 데 살필 대목이다. 더불어 제주의 박물관들이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터에 설문대할망을 테마로 한 돌문화공원의 정체성 찾기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