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6)세화민속오일시장

[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6)세화민속오일시장
가격흥정·호객소리로 시끌벅적 장터 분위기 물씬
  • 입력 : 2009. 05.20(수) 00:00
  •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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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과 반찬류, 의류, 먹거리 등 풍부한 제품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통시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지역민과 관광객이 즐겨찾는 명소로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오랜 세월 속에 장소와 장이 서는 날이 수없이 바뀌다 지난 1983년 9월 현재의 위치로 이설한 세화오일시장은 5일과 10일 장이 열린다. /사진=김명선기자 mskim@hallailbo.co.kr

유통시장 변화 불구 지역민·관광객 즐겨찾아 인기
동부 대표시장 위해 시설 확충·상인교육 확대해야


농촌의 오일장은 단순하게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역할, 그 이상이다.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호객소리에다 물건값을 흥정하는 소리들로 시장이 온통 시끌벅적하다. 한편으로는 사람구경, 물건구경에다 지역사회 돌아가는 소식을 들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이기도 하다.

반가운 얼굴을 만나 정을 나누고 가족들을 위한 생필품과 먹거리를 장만하는 장터로서의 기능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다. 시골장터만이 느끼는 구수함과 넉넉한 인심은 대형마트의 등장과 소비자들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근 몇 년 새 대형마트의 등장과 교통통신의 발달로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닷새만에 한 번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북적대는 세화 오일장 경기는 그래도 괜찮다는 지적이 중론을 이룬다.

세화오일장은 그러나 시장 접근성과 편의성 면에서 필요한 시설 확충이 시급하고, 상인들을 위한 서비스교육 역시 절실한 실정이다.

구좌읍 세화민속오일시장은 지난 1983년 바다매립지인 현 위치(세화리 마을중심지 동북쪽) 4752㎡ 부지에 매장면적 3103㎡, 점포수 161개소를 갖춰 읍면단위 오일장으로는 비교적 큰 장으로 꼽힌다. 한 때 여러 오일장이 열렸지만 제주시를 중심잡아 서쪽으로는 한림장, 동쪽으로는 세화장이라 부를 만큼 규모를 자랑했다.

다양한 수산물과 반찬류, 과일, 각종 먹거리에서부터 의류에 이르기까지 농촌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품목들이 빼곡히 선보인다. 지난 15일 세화오일장에서 만난 한 신발가게 상인은 "세화리에서 가게를 수십 년 해오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어렵다는 걸 피부로 느낀다. 그러나 오일장날만큼은 괜찮은 편"이라고 활짝 웃었다.

특히 세화장은 해안도로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날이 갈수록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구수한 시골장의 정취를 통해 제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과일이나 다양한 먹거리를 아주 싼값에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세화민속오일시장 관리를 맡고 있는 고보경 세화리청년회장이 기자에게 전한 시장육성을 위한 진단은 그래서 더욱 와닿는다. "해안도로를 끼다보니 관광객들이 종종 찾는데도 대형버스 등을 위한 주차시설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거기에다 마을중심지(구좌파출소)에서 시장으로 들어오는 진입로에 도로정비가 제대로 안된데다 장옥시설이 안된 위치에 노점상들이 장사를 하고 있어 미관상 매우 안좋다. 장옥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고 진입로도 정비한다면 분위기는 확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좌읍사무소 관계자는 "시장진입로 장옥시설은 일부 사유지 매입이 어려워 난항을 겪고 있고, 주차시설 확충을 위한 토지매입은 올 2월 이뤄졌으나 노면정비 등 주차시설 3300㎡ 사업은 추가 예산확보가 아직 안돼 답보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세화오일시장은 이제 유통시장의 급속한 변화 속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골 오일장이 아닌 동부지역 대표 민속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시장 진입로 정비, 장옥시설 및 주차시설 등의 기반시설 확충에서부터 상인들의 친절서비스 및 마케팅 능력 제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안들이 조속하게 시행되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 세화민속오일시장은…

1912년 구좌읍 하도리 별방진에 있던 오일장은 경찰관 주재소가 있던 세화리 전항동 도갓집(都家)거리로 이설했다. 이후에는 바로 길 건너편 위치로 옮기면서 장날은 2일과 7일날로 바뀌었다.

그러나 오일장은 비좁은 장소에다 불편한 교통편을 이유로 1927년 세화리 오곡상회 길 건너편으로 옮겼다가 다시 1945년에는 부일식당자리로 이전했다. 이때부터 장서는 날이 다시 5일과 10일로 변경해 주기적으로 운영되었다.

현재 세화오일장은 옛 북제주군에서 도시계획사업의 일환으로 바다를 매립해 상가와 준주거지역, 주거지역 등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매각이 되지 않자 지난 1983년 9월 현 매립지 위치로 이설하게 됐다.

20년째 세화수산 운영 최정수 대표 "싼 가격의 생선류가 인기 만점"

"생선가게 수십 년을 해왔지만 요즘처럼 힘들기는 처음이다. 경조사를 비롯한 큰 일도 과거엔 장사 대목이었지만 이젠 어렵다. 그나마 오일장날은 매출이 괜찮아 기다려진다."

구좌읍 세화리에서 '세화수산'을 20년째 운영하는 최정수(60) 대표는 최근 장사가 잘 되느냐는 질문에 단박에 이처럼 잘라 말한다. '좋은 시절'이 지났지만 그런대로 오일장날만큼은 여전히 사람과 돈이 오가는 대목이라는 얘기다.

최 대표는 "과거에도 경기가 좋고 나쁨에 따라 매출이 들쭉날쭉했지만, 경조사를 비롯한 큰 일 때만큼은 물건이 잘 팔려 횟감을 비롯한 생선류 장사수입이 괜찮았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지역민들이 식당에서 큰 일을 치르는 바람에 이런 대목마저도 없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최 대표는 세화 오일장에 대해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수산물 분야는 20여명의 상인들이 몰릴 정도로 성시(成市)를 이룬다"며 "다양한 생선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 때문에 인근 주민은 물론 성산포와 제주시에서도 고객들이 찾아온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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