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10)대정오일시장

[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10)대정오일시장
값싼 지역특산품 넘실… 시골장터 분위기 물씬
  • 입력 : 2009. 06.17(수) 00:00
  • 이정민 기자 jmlee@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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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오일시장은 농·수·축산물과 가공품, 의류 및 신발, 기타 가공품 등 품목이 비교적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게다가 마을 중심가와 모슬포항이 인접해 있어 가파도·마라도 주민들, 항구에 정박중인 어선 선원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에 좋은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진=김명선기자

마늘·감자 등 싼값에 거래… 옛 농기구 구비
비날씨 장옥시설 보완·주차장 조명시설 필요


서귀포시 서부지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정오일시장. 6·25전쟁 당시부터 장이 만들어져 몇차례 자리를 옮기다 1983년 등록시장이 되면서 지금의 위치인 대정읍 하모리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11일 오후에 찾은 대정오일시장은 제주시오일시장이나 서귀포시오일시장 만큼은 아니지만 그나마 많은 이용객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에 마련된 주차장도 넓진 않지만 그런대로 여유공간을 찾을 수 있었고 이곳에서부터 시골장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배추 등 채소류와 과일을 파는 곳에서는 주부들이 상인들과 가격 흥정을 하고 수산물 코너에서는 싱싱한 갈치, 자리, 한치 등이 손님을 기다렸다. 한쪽에서는 낚싯대를 수리해주는 곳도 있어 눈길을 끌었고 오일장마다 볼 수 있는 강아지를 파는 곳과 자그마한 화분에 담은 꽃을 파는 곳을 비롯해 줄지어 서 있는 속칭 '오일장제' 의류판매 코너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일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먹거리 장터. 몇몇 식당이 모여 있는 이 곳은 서귀포오일장처럼 한쪽이 막혀 있지 않고 사방으로 틔여 있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순대와 머리고기에 막걸리를 기울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김모(55)씨는 "장터구경, 사람구경 때문에 오일장을 찾는다"며 "여름철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옷도 하나 사고 수박도 사볼까 해서 집을 나섰다"고 말했다.

대정오일시장은 주로 인근 주민들이 이용하지만 서귀포시 동지역 주민들도 지역특산품인 마늘과 감자 등을 싼 값에 사기 위해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정에서 나는 농·수·축산물을 믿고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호미 등 옛날 농기구는 오일장에서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정오일시장은 이처럼 지방의 작은 시장이지만 농·수·축산물과 가공품, 의류 및 신발, 기타 가공품 등 품목이 비교적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게다가 마을 중심가와 모슬포항이 인접해 있어 가파도·마라도 주민들, 항구에 정박중인 어선 선원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기에 좋은 입지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대정오일시장은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장옥으로 덮여 있어 뜨거운 여름햇살을 가려주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설치된 장옥도 노후된 곳이 많아 중간중간에 햇볕이 들어오고 비가 내릴때면 일부에서 물이 새 상인들이 장사를 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행정에서는 현재 미비된 장옥시설을 새로 추진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하지만 공사가 10월말쯤이나 돼야 끝날 예정이어서 올해 장마시기에는 임시방편으로라도 비가 새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한 실정이다.

오일장 상인들은 "장옥시설이 있지만 비가 내릴땐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시끄러워 이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주차장에 조명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해가 진 뒤에는 크고 작은 접촉사고로 주민들간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주차장내 조명시설 설치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용현 대정읍 소득지원담당은 "장옥개축 사업을 되도록 빨리 마무리해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하고 전기·소방시설 추가도 추진할 예정"이라며 "주차장내 가로등 시설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 대정 오일시장은 ]서귀포시 서부권 최대장터

시설 현대화 재래시장 산뜻…웰빙음식 등 특화대책 필요


대정오일시장은 매월 끝자리가 1일과 6일에 문을 연다. 점포수는 약 200개 정도이며 하루 이용객은 2000~3000명 가량되는 서귀포시 서부지역 최대 시장이다.

대지면적은 1만166㎡로 이중 편의시설인 주차장이 2018㎡, 사무실 85㎡, 화장실 50㎡ 등으로 1983년 10월에 시장이 등록됐다. 지금까지 35억여원이 투입돼 진입로 개설, 주차장·장옥증설, 안내판 설치, 장옥개축 등이 이뤄졌다.

올해 다시 9억3400만원을 들여 장옥개축, 주차장 정비, 간판정비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어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면 보다 깨끗하고 정비된 환경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대정오일시장은 이처럼 재래시장 활성화 계획에 의해 시설 현대화를 추진, 깨끗한 재래시장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지만 아직 상인회가 구성되지 않아 대정읍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광객과 낚시꾼들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마늘, 감자, 방어 등 지역특산물과 특화된 웰빙음식을 활용한 특화시장 육성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5년째 장사하는 홍영순씨 "오일장엔 매력 가득"

대정오일시장에서 옷을 팔고 있는 홍영순(54·여·사진)씨는 "오일장에서 공산품은 재미를 잘 못보는데 요즘은 여름이라서 그런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말을 했다.

홍씨는 제주오일시장, 서귀포오일시장, 세화오일시장과 대정오일시장이 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장터에 모습을 보인다. 홍씨는 시장을 따라다닌 지 벌써 25년이고 남편(67)도 같이 장사에 나선지도 10년이 넘었다.

홍씨는 대정오일시장에서 결혼이주여성을 많이 만난다. "동남아시아에서 제주로 온 여성들이 처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다녔으나 지금은 혼자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며 "이젠 물건을 살때 값을 흥정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남편이 직장생활을 할 때도 시장에서 장사를 했다. 장사를 하며 3남1녀를 키웠고 남편이 1997년 IMF당시 직장을 그만둔 뒤로는 부부가 같이 다니고 있다. 홍씨는 "남편이 직장을 그만뒀을 때 많이 힘들었지만 같이 장사하면서 서로 힘이 되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끝으로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오일장"이라며 "항상 사람들이 북적이고 정을 나누며 함께하는 것이 바로 오일장의 매력"이라고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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