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하)자생력을 키우자

[먹거리살거리볼거리 향토시장](하)자생력을 키우자
상인 스스로 생존 위해 치열한 자구노력만이 살길
2부 향토시장 살리기의 명과 암
  • 입력 : 2009. 07.08(수)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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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향토(재래)시장이 행정이나 외부의 지원에 기대하기보다는 시장만이 갖고 있는 특색을 보여주는 자생력 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계속 생기는 대형마트에 골목상권 위태
당국 무대응 일관속 시설현대화만 집중
소비자·행정·상인 등 인식 대전환 절실



제주지역 향토시장은 그동안 상당규모의 시설 현대화 실적에다 도민 성원 등에 힘입어 쇄락의 길에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반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

현 시점에서 상인을 비롯한 시장조직들은 쉼없이 변하는 유통환경과 소비자의 소비패턴을 제대로 알고 발빠르게 대응하려는 철저한 자구노력만이 새로운 장터로 거듭날 수 있다는 주장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행정이나 외부의 지원을 기대하기에 앞서 향토시장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색을 지닌 자생력 확보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동안 행정당국은 담당공무원의 잦은 이동과 '탁상행정'행태로, 소비자들은 값싸고 편리한 소비행태만을 좇는 현실 때문이다.

실제 대형마트들이 지난 99년이후 수 년동안 '우후죽순'격으로 제주시장을 파고들 당시와 골목상권이 위협을 받아온 현 시점까지 자치단체 경제정책부서가 재래시장 살리기 대책에 얼마나 관심을 보였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제주지역의 경우 지난 99년 신세계이마트 제주점이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롯데마트와 삼성홈플러스 등 7개소 대형마트가 생겨났다. 행정당국은 대형마트의 등장 이후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거의 몰랐고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는게 상인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최근에야 중소상인들의 생존대책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그제서야 현황 파악에 나서는 형국이다. 막강한 자본력과 조직력으로 '중무장'한 대형마트의 위력을 간과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행정당국은 안이한 현실인식속에 하드웨어부문인 예산투자를 통한 '시설 현대화'에 집중했고, 대형마트의 지역기여 방안이나 상인 인식전환, 차별화된 마케팅 등 소프트웨어부문은 도외시해 왔다. 뒤늦게 제주도가 오는 2016년을 목표로 한 시장육성 지원계획수립에 나설 정도다.

▲행정당국에서는 향토시장 살리기를 위해 장옥 등 '하드웨어'적인 시설투자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정은 다른 지방에서 대형 유통업체와 '골목상권'간 공생을 통한 지역경제 기여 방안이 조례제정을 통해 잇따라 마련되고, 이 사실을 주변에서 알렸으나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지난 3월 전주시에 이어 5월에는 부산시도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역경제발전 기여방안을 유도하는 내용의 '부산시 대규모 점포 지역협력 촉진 조례'제정에 나선 것.이 조례는 민관협의체로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구체적인 지역경제 기여방안과 함께 이행실적의 언론 공개도 명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그러나 제주자치도는 다른 지방의 관련 조례 제정 움직임에 대해 '검토 입장'만을 보일 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다가 급기야 도의회가 나서 관련 조례제정에 나서는 상황을 맞을 정도였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내 제주미래전략산업연구회는 지난 5월말 '대형마트 지역기여 권고조례' 제정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 의견수렴후 조만간 관련조례를 제정키로 했다.

소비자들은 날이 갈수록 승용차를 이용한 접근성과 값싸고 편한 '원-스톱 쇼핑' 등이 쉬운 대형마트 쏠림현상이 강해지는게 현실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듯 재래시장 활성화의 성패도 상인들 스스로 생존을 위해 얼마나 치열한 자구노력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재래시장 강점을 극대화 하고 차별화된 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만족을 이끌어 내고, 이를 통해 기존 고객의 유지 및 새로운 고객의 지속적인 창출을 꾀해야 한다.

여기에는 도민과 행정당국도 지역 농수축산물의 직거래 장소이자 인력고용 등 수 많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 등의 보루인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에 가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기현 기자 ghkim@hallailbo.co.kr

"전통시장만의 참 맛 찾아야"

전통시장은 그 지역경제의 뿌리다. 그래서 이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범 정부차원에서 2002년부터 '재래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시장정비, 시설현대화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의 경우에도 동문시장 비가림시설, 칠성로 아케이드 설치, 전통시장 하수관거사업 등 시설현대화를 통해 낙후되고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

이렇듯 전통시장과 상점가는 시설현대화를 통해 외적인, 하드웨어적인 요소는 많은 발전을 거두었다. 그렇지만 외적인 모습으로는 매년, 계절별 리모델링을 하고 세일을 하고 광고를 하는 대형마트와는 경쟁이 어렵다.

아무리 호박에 줄을 긋고 예쁘게 치장을 해도 수박이 되지는 않는다. 호박도 아니고 수박도 아닌 괴상한 모습이 될 뿐이다. 오히려 호박자체를 빛나게 할 것들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재래시장의 강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바로 특성화, 개성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농수 축산물 판매장이다. 산지에서 바로 가져와 파는 모습에서 고객들은 믿음을 가질 수 있다. 두번째는 시장 상인들과 흥정하는 맛, 덤으로 주는 넉넉한 인심, 제주사람들의 말과 얼굴, 바로 상인들이 매력적인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셋째는 그 만의 고유 문화도 함께 팔아야 한다. 수원 뭇골시장의 문전성시 프로젝트, 방천시장 공공예술프로젝트, 방학동 도깨비시장의 '세일경품'가 보여주고 있다. 시장이 갖고 있는 재미와 이야기 거리를 엮고, 볼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문화공간이어야 한다. 동문재래시장 및 주변상점가 「문화관광형시범시장」육성사업이 바로 시험대인 것이다. 넷째 재래시장에도 시장 활성화를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인이다. 그러기에 상인들의 인식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절은 물론이고, 평생단골로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장사를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재래시장을 이렇게 바꿔보자 "시장에 가면 사투리도 있고, 시장에 가면 사람 내음도 있고, 시장에 가면 설레임이 있다."

<문원영 제주시청 지역경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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